최병철(42·자영업) 씨는 최근 가족과 함께 인천 용유도 을왕리 해변에 모처럼 놀러 갔다가 휘황찬란하게 변한 해안 모습에 놀랐다.
도회지 번화가와 별반 다르지 않게 횟집, 노래방, 모텔 등 상가 건물이 한곳에 밀집돼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던 것.
최 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적한 느낌이 들었던 해변에 큰길이 새로 뚫리면서 매우 번잡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경제자유구역인 을왕리 해변 일대는 국제관광단지 조성 예정지로 지정돼 2000년부터 건물 신·증축이 아예 금지된 지역.
을왕리 주변 모텔의 허가 과정을 취재한 결과,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중구의 건축물 관리가 엉망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1, 2년 사이 을왕리와 인근 왕산, 마시란 해변에서 문을 연 G, P, S파크 등은 다가구주택을 개조해 ‘러브 호텔’로 불법 운영하고 있다.
주민 김모(47) 씨는 “부대시설을 많이 확보해야 하는 관광호텔로 허가받지 않고 다가구주택을 지어 건축 승인과 동시에 모텔로 개조하는 수법을 쓰고 있다”며 “불법 건축물에 과태료를 물리고 있지만, 돈을 낸 뒤 버젓이 영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텔로 개조한 불법 건축물에 대해서는 ‘이행 강제금’이 부과되지만 솜방망이 처분에 불과하다는 것.
정식 허가를 받은 8개의 관광호텔은 불법 모텔 때문에 영업에 타격을 입어 경매로 소유권을 넘겼거나 경매가 진행 중이었다.
중구 용유출장소 이영석 환경위생팀장은 “지난해 초부터 숙박업소에 대한 형사고발 주체가 경찰에서 지방자치단체로 넘어왔지만, 사법권이 주어지는 ‘특별사법경찰관’(행정공무원) 승인이 나지 않아 불법 건축물을 고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안 경관을 해치는 지점에 마구 들어섰지만 한시적으로 운영이 허용된 포장마차와 횟집 등 음식점도 무단 증·개축하는 사례가 넘쳐 나고 있다. 최근 포장마차 25개의 증축이 적발돼 자진 철거됐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영종도와 용유도 지역의 불법 건축물 적발 건수는 지난해 456건, 올해 들어 592건 등이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