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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맑고 경치 좋고…1억이면 전원과 通한다

입력 | 2006-09-04 03:00:00

경기 용인시 인근에 조성된 민간 전원마을. 농림부는 지방자치단체가 도시 은퇴자들을 위해 아름다운 자연과 쾌적한 주거가 조화를 이룬 전원마을을 조성하는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용인=정동우 사회복지전문기자


《60세 이상 시니어 계층이 한국 사회의 새로운 ‘파워’로 등장하고 있다. 2005년 말 현재 우리 사회의 60세 이상 인구는 650여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3.4%. 저출산 고령화시대의 인구 구조 변화에 따라 이 노인 인구는 앞으로 점차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사회의 조기 퇴직 분위기에 따라 이제 50세를 넘어서면 은퇴 후 생활을 본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들 장년 이후 세대는 은퇴 후의 삶을 설계하기 위한 정보에 목말라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이 페이지는 장년 이후 세대들이 보람차고 만족스러운 노후를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 지자체 - 동호인 전원마을 현장

최근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은퇴자를 위한 전원마을 조성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 사업은 도시 은퇴자의 전원생활 욕구를 채워 주는 한편 농촌 인구를 늘려 지역사회를 유지하자는 뜻이 있어 지자체도 적극적이다. 지자체나 동호인 그룹이 농촌 지역에 20가구 이상의 전원마을을 조성하면 진입도로, 상하수도, 오폐수처리시설 등 마을 기반시설 비용을 정부가 지원해 준다. 그러나 수도권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건축업에 종사하는 김대규(61·서울 도봉구 도봉동) 씨는 지난해 봄 농림부 홈페이지를 검색하다 도시 은퇴자를 위한 농촌 전원마을 조성 사업을 알게 됐다. 도시민이 은퇴 이후 저렴한 돈으로 공기 맑고 경치 좋은 전원마을에서 살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사업 취지였다. 홈페이지에는 실제 이 사업을 추진하는 지자체도 소개하고 있었다.

친목회에 가서 이 이야기를 했더니 모두 관심을 보였다. 노후에 대화가 통할 수 있는 사람들끼리 살자는 데 의견을 같이한 사람이 10명 이상 모이자 장소를 물색했다. 김 씨 등은 산과 바다를 같이 즐길 수 있어야 하고 주변에 골프 등 운동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으면서도 마을 조성비용이 싸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김 씨는 강원 고성군 죽왕면 오봉리에 있는 옛 목장지를 찾아냈다. 넓이는 1만4000평, 땅값은 평당 6만 원꼴로 터 조성비를 포함해 총 19억 원가량이었다. 근처에 송지호 해수욕장 골프장 스키장 수영장 등이 있고 먹을거리도 풍부한 곳이었다.

동호회 이름을 ‘오봉회’로 지은 김 씨는 이 땅을 전원마을로 개발해 달라고 고성군청에 요청했다. 이 마을은 현재까진 전국에서 유일하게 입주 희망자들이 지자체에 건의해 사업이 이루어진 경우다.

전원마을을 조성할 경우 터 조성비를 제외한 진입도로와 상하수도 등 기본적인 인프라 조성비용을 정부가 80%, 지자체가 20%씩 분담하도록 되어 있다. 오봉마을 42가구 가운데 30가구는 이미 입주자가 정해졌다.

가구당 분양면적은 200∼300평으로 땅값은 200평 기준으로 5000만 원 선이다. 주택은 19평, 25평, 30평 이상 등 3가지 모델로 정해졌다. 평당 건축비는 200만 원 선. 1억 원가량이면 기반시설이 완비된 전원주택을 가질 수 있다.

서울에서 친구가 경영하는 중소 건설회사 감사인 서한식(60·경기 성남시 분당구) 씨는 최근 전남 담양군이 시행하는 담양군 창평면 용수리 전원마을 조성 사업에 입주신청을 했다. 서 씨는 한국농촌공사 홈페이지에 떠 있는 ‘농어촌 포털(www.nongchon.or.kr)’의 지역투자 코너를 통해 이 마을을 알게 됐다.

그는 주변 경치가 좋으면서도 호남고속도로 창평 나들목에서 가깝고 면소재지와도 인접해 생활에 불편이 없을 것 같아 이곳을 선택했다. 고향이 담양인 서 씨는 은퇴하면 이곳에서 살 생각이다.

이 전원마을은 모두 50가구로 조성된다. 이 마을에 입주하는 가구는 대지 200평에 군에서 제시한 모델에 따라 방 2개에 거실이 있는 20평 안팎의 황토 한옥을 짓게 된다. 가구당 땅값은 3000만∼4000만 원 선으로 아직 미정이며 건축비는 평당 300만 원 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자체가 추진하는 전원마을 조성 사업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곳은 경북 봉화군 봉성면 외삼2리 부랭이마을이다. 중앙고속도로 북영주 나들목에서 25km 떨어진 이곳은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12만 평에 548가구가 들어설 계획. 이 마을은 단지 안에 9홀의 골프장, 수영장, 헬스장이 마련되며 골프 클럽하우스에는 마을 회의실이 만들어진다. 모든 입주 가구에는 8평의 텃밭이 제공된다. 주민자치회는 약초가공공장과 전통장류 생산 공장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주택은 32평형 단독주택 214가구, 32평형 빌라 224가구, 27평형 5층짜리 아파트 110가구가 들어선다. 가격은 단독주택은 1억8000만 원, 빌라는 1억5000만 원, 아파트는 1억4000만 원 선이다.

봉화군 기획감사실 윤여성 씨는 “현재 40명 정도가 입주 희망을 밝혀 왔고 190여 명이 자료를 요청했다”면서 “10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릴 ‘2006 전원마을 페스티벌’에서 도시 은퇴자의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동우 사회복지 전문기자 forum@donga.com

▼전원마을 2013년까지 300곳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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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국에서 조성되고 있는 전원마을은 41개 시군의 55개 지구다. 이 사업은 2004년부터 시작됐으며 올해 들어 25개 지구가 새로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완공된 전원마을은 없다.

농림부에 따르면 2004년과 2005년에 착수한 지구가 입주자를 모집한 결과 전체 745가구 중 71%인 529가구가 도시민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업이 도시민의 농촌 유입 촉진이란 목적대로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농림부는 2013년까지 모두 300개의 전원마을을 조성할 방침이다.

전원마을은 은퇴자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노후를 안락하고 편리하게 보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이 같은 성격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은퇴자들의 경험과 전문지식, 그리고 도시 생활을 하면서 쌓은 인적 물적 네트워크를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해 활용하겠다는 지방자치단체의 기대도 이 사업에 담겨 있다.

한편 농림부가 전원마을과는 별도로 추진하고 있는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은 현지 주민들이 주축이 되는 사업이다. 이는 기존 마을 3∼5개를 묶어 지역특성에 맞게 개발하는 사업이다. 소공원, 마을 숲을 정비하고 상하수도와 주차장 등 기초 생활시설도 마련해 농촌을 쾌적한 생활공간으로 만들자는 취지다. 현재 전국에서 96개 권역이 개발되고 있어 농촌주민과 같은 공간에서 교류하며 살고 싶은 도시은퇴자들은 이 사업지구에서 보금자리를 찾는 것도 한 방법이다.

10월 12일부터 15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전국 20개 시군의 22개 전원마을이 소개되는 ‘2006 전원마을 페스티벌’이 열린다.

이 페스티벌 참가 지구 가운데 13개 지구는 기존 55개 전원마을 사업에 포함돼 현재 사업이 진행 중인 곳이며, 강원 고성군 죽왕면 오봉리와 경북 봉화군 봉성면 부랭이마을 등 9개 지구는 새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