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렬한 내분을 보이던 민속씨름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한국씨름연맹(총재 김재기)은 4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민속씨름의 상징이었던 ‘천하장사’ 이만기(43·인제대 교수·사진) 씨를 영구 제명했다. 이 씨는 화려한 기술씨름을 구사하며 1983년 제1대 천하장사를 비롯해 역대 최다인 10차례 천하장사 우승 기록을 갖고 있으며 한라장사에 7차례, 백두장사에 18차례 오른 한국씨름의 간판스타였다.
그러나 이 씨는 한국씨름연맹 출범 후 처음으로 영구 제명이라는 중징계를 받은 인물이 됐다. 연맹 측이 이 씨의 제명 이유로 내건 것은 이 씨가 허위 사실을 유포하며 현 연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김천장사씨름대회에서 이 씨가 유인물을 통해 현 총재 및 연맹을 심하게 모욕했고 언론과의 각종 인터뷰에서 연맹을 비난했다는 것. 연맹은 이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제명을 당한 이 씨는 향후 연맹의 각종 대회 및 행사에 참여할 수 없고 코치 및 감독도 맡을 수 없다. 연맹이 이 같은 초강수를 둔 것은 연맹에 비판적인 이 씨를 씨름행정에서 완전히 배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연맹의 제명 조치에 대해 이 씨는 “씨름인들의 의견을 모아서 전달했는데 연맹 측이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씨름이 이 지경이 될 것을 예측했기 때문에 비판과 조언을 하려 했다”고 반발했다.
이 씨는 “제명을 당하더라도 나는 영원한 씨름인이다”며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프로씨름단을 기초로 출범했던 한국씨름연맹은 현재 현대삼호중공업 1개의 프로팀만을 거느린 채 가까스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 LG씨름단을 비롯해 프로씨름단이 줄줄이 해체되고 최홍만 이태현 등 간판스타가 잇달아 빠져나가며 경기력이 크게 저하됐다. 인기도 폭락해 공영방송인 KBS마저 중계를 외면하려 하는 실정이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