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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김순덕]‘시끄러운 소리’

입력 | 2006-09-06 02:58:00


1976년 프랑스와 영국은 마하 2.04(시속 1370km)의 콩코드기(機)를 공동 개발해 초음속여객기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콩코드는 소음이 결정적 약점이었다. 음속을 넘을 때 터지는 폭발음(소닉 붐)이 엄청나 지상 운항은 못하고 바다 위로만 날다가 2003년 날개를 접었다. 차세대 초음속 여객기를 개발 중인 일본과 미국은 소음을 콩코드의 100분의 1로 줄이는 엔진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여객기의 1등석은 엔진 소음이 가장 적게 들리는 조종석 바로 뒤편에 있다.

▷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의 저소음차(車) 개발 경쟁도 치열하다. 특히 우리나라 고객들은 소음에 신경질적으로 민감한 편이다. 그런 국민에 의해 뽑힌 노무현 대통령이 그리스에 가서 ‘남 다른 말’을 했다. “국내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많이 들리거든 대통령이 열심히 일하고 있구나 생각하고, 아무 소리도 안 들리면 요즘 대통령이 놀고 있구나 생각하시라”고 독특한 잣대를 제공한 것이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에 익숙한 국민과 교포들의 귀에 황당(荒唐)하게 들리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시중엔 역대 대통령을 한 글자로 묘사한 말이 떠돌아다닌다. 박정희 대통령은 ‘쇠’, 전두환 대통령은 ‘돌’, 노태우 대통령은 ‘물’이란다. 외환위기를 부른 YS는 ‘꽝’, 준비된 대통령인 줄 알았던 DJ는 ‘뻥’이라나. 그 다음 대통령은 대북(對北) 퍼주기의 뒤치다꺼리까지 겹쳐 ‘황(荒)’이 될 거라는 얘기가 있었는데, 노 대통령이 그런지 어떤지는 국민이 각자의 기준대로 판단할 일이다. 안보와 경제가 더 위태로워질 것 같은 내년에 뽑히는 대통령은 ‘꽥’이 될까 봐 걱정이라던가.

▷불경스러운 우스갯소리지만 대통령의 ‘시끄러운 소리’ 발언도 고급스러운 유머는 아니다. 소리가 요란하면 관심은 끌겠지만 그것이 열심히 일하는 증거라는 얘기는 아무래도 생뚱맞다. ‘노무현스럽다’고나 할까. 지난해 ‘유럽 심장 저널’은 일상적 만성적 소음에 노출되면 심장마비를 일으킬 확률이 높아진다는 논문을 실었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