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지식이 인터넷으로 모이는 시대에 책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검색 사이트 ‘구글(google)’은 지난달 30일 저작권이 소멸된 고전을 책 형태로 제공하는 PDF파일 무료 내려받기 서비스를 시작했다. 구글의 서비스는 책의 존재론적 가치에 대해 생각해볼 만한 질문을 던진다.
구글이 공개한 고전에는 셰익스피어의 전 작품, 찰스 디킨스의 소설, 이솝우화, 아인슈타인의 저작 등이 포함돼 있다. 이솝 우화를 다운로드해 보니 하버드대 도서관에 소장된 책의 여백에 쓰인 낙서, 밑줄까지 그대로 뜬다. 사람 손때가 묻는 책 고유의 ‘물질성’이 구글의 전자책에서도 구현된 셈이다.
구글이 옥스퍼드대 등 6개 대학 도서관과 함께하는 이 ‘라이브러리 프로젝트’는 미국 출판협회와 작가조합이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던 논란 많은 서비스다. 그러나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최근엔 10개 캠퍼스에 100개 도서관을 가진 캘리포니아 주립대도 구글에 책 공개를 자원하고 나섰다. 오지의 농민도 도시의 엘리트와 동등하게 인류의 지적 자산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취지다.
비록 한글 서비스는 없지만, 이 프로젝트는 책의 미래에 대해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책을 인터넷에서 무료로 내려받아 인쇄할 수 있게 된 마당에 ‘종이책’의 역할은 뭘까. 책은 보편적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로서 존립할 수 있을까.
책을 통해 객관적 정보뿐 아니라 정보와 나의 관계까지 알려 주려는 시도, 새로운 스토리텔링, 책의 서사성을 축으로 시장을 새롭게 창출하려는 다른 산업과의 협업 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베스트셀러 출혈 경쟁과 이미 출간된 책을 재탕 삼탕 번역하는 ‘쉬운 출판’으로는 책의 미래가 열리지 않는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