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 아들과 5살짜리 딸을 둔 주부 이정아(36) 씨.
그동안 이 씨는 시중에 파는 과자나 음료수, 아이스크림 등을 아이들 간식용으로 사지 않았다. “아이들이 계란과 우유 알레르기가 심한 탓에 곤욕을 치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뭐가 들어있는지 알 수가 없어서….” 애들이 과자를 사달라고 우길 때는 달래느라 애를 먹었다.
앞으로는 이 씨 같은 고민이 많이 줄어들 것 같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8일부터 과자나 음료수 같은 가공식품을 만드는 데 들어간 모든 원재료와 첨가물을 반드시 표시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 과자 사탕 케이크 등 영양표시 의무화
지금까지는 모든 가공식품의 경우 가장 많이 사용한 원재료 5가지 정도만 소개하면 됐다. 첨가물은 아예 표시하지 않아도 무방했다.
하지만 8일부터는 사정이 달라진다. 제조 과정에 투입되는 모든 원재료 및 첨가물을 빠짐없이 밝혀야 하는 것.
아이스크림 같은 빙과류도 제품을 만든 연도와 월(月)까지 상점 배달용 종이 박스나 용기에 표시해야만 한다.
영양분을 반드시 밝혀야 하는 품목도 대폭 늘어난다. 대표적인 제품이 과자다.
현재는 식빵과 빵 2가지만 열량,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나트륨 등 5가지를 밝히면 됐다. 하지만 8일부터는 식빵과 빵 외에 케이크류, 도넛, 건과류, 캔디류, 초콜릿류, 잼류도 의무 표시 대상이다.
이창준 식약청 식품안전정책팀장은 “내년 12월부터는 영양 성분 표시 대상이 5대 영양소 외에 식이섬유, 비타민A·C, 칼슘, 철 등 기타 영양소와 트랜스지방, 포화지방, 콜레스테롤, 당류 등 ‘위해(危害) 우려 성분’까지 모두 포함된다”고 밝혔다.
○ 관련업체 준비 끝… “정보 많아 혼란”
롯데 CJ 오리온 등 식품 및 과자 제조회사들은 지난해 말부터 전담팀을 구성해 이미 준비를 끝냈다.
풀무원은 5월부터 모든 판매 제품에 정보 요구 사항보다 많은 내용의 식품 영양 성분 등을 소개하는 ‘식품완전표시제’를 자체 시행하고 있다. 또 알레르기 유발 원료에 대해서 별도로 표시하고 경고 문구도 넣었다.
대상은 영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식품교통신호등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영양가 높은 제품은 녹색등으로 하고 영양가가 보통인 것은 노란색등, 지방이나 나트륨이 많이 들어간 제품은 빨간색등으로 표시하는 식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넣으면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제과업계에선 표시할 성분 종류가 너무 많다는 불만도 나온다. 특히 소비자가 읽기 어려울 정도로 깨알같이 촘촘하게 쓰는 것도 문제라는 것.
빙과류의 경우 제조연월 표기를 상점 배달용 박스에만 하기 때문에 정작 소비자는 볼 수 없는 것도 문제다. 빙과류 봉지에 표시하면 제품이 녹을 경우 제조연월 표기가 지워지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측의 설명.
성분을 모두 표시하더라도 소비자들이 제대로 이해할 수 없게 돼 있는 것도 보완할 부분이다.
서울대 권훈정(식품영약학) 교수는 “제품에 들어가는 화학 첨가물 하나하나를 소비자들이 잘 알 수 없다”며 “첨가물이 색소용인지 또는 향신료로 쓰였는지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