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광석의 라이브 콘서트장에 가면 노래 중간중간에 쏟아 내는 재치 있는 유머로 객석에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클래식 공연장에서도 연주자들이 한 곡이 끝나면 마이크를 잡는 풍경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3일 저녁 서울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열린 바이올리니스트 양고운 씨와 피아니스트 김소형 씨의 듀오 콘서트. ‘바이올린 켜는 엄마’라는 앨범을 내기도 한 양 씨는 늘 하는 것처럼 자상하고 편안한 어투로 “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전쟁소나타’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무거운 곡이라 조금이라도 가볍게 해주기 위해 마이크를 잡았다”는 말과 함께 음악회를 시작했다.
오스트리아에서 활동하는 피아니스트 김소형 씨도 국내 데뷔 무대인데도 진솔하게 관객들에게 다가섰다.
“슈베르트의 가곡 ‘송어’는 참 예쁜 멜로디잖아요. 그런데 어느 날 2, 3절의 가사를 잘 보니까 호숫가에서 송어가 낚시꾼에게 걸려 죽는 안타까운 내용이더군요. 가사를 음미하면서 피아노를 치니까 전혀 다른 감성이 나오더라고요.”
‘해설이 있는 음악회’의 유행은 오래됐다. 예전과 달리 요즘엔 전문해설자가 아닌 아티스트가 직접 나서 연주 도중 해설과 토크를 곁들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 대부분 실내악을 즐기는 30, 40대 젊은 스타 연주가들이다.
지난해 나루아트센터 개관음악회에 참가한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 씨는 처음엔 조곤조곤 곡 해설을 하더니, 나중엔 곡에 얽힌 개인 사연까지 털어놓으며 수다를 떨 듯 관객들에게 친근함을 보여 주었다.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에 출연해 영화배우로 데뷔한 피아니스트 김정원 씨는 국립중앙박물관 내 극장 용에서 지난해와 올 6월 각각 열린 ‘MIK앙상블’과 ‘김정원과 친구들’ 공연에서 함께 무대에 선 다른 연주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대중적인 말솜씨를 자랑했다.
국악, 재즈와의 크로스오버 공연을 즐기는 피아니스트 박종호 씨는 올해 2월 ‘밸런타인데이 음악회’에서 아예 관객들을 무대로 올려 사랑 고백과 관련한 사연을 나누기도 했다 .
아티스트가 무대에서 직접 해설과 입담을 들려준 것은 아마도 지휘자 금난새 씨가 효시일 듯하다. 금 씨는 1994년부터 약 6년간 ‘해설이 있는 청소년 음악회’를 진행하면서 클래식 음악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물론 클래식 콘서트에서 ‘불필요한’ 말이 많아지는 것을 반기지 않는 음악 애호가들도 있다. 그러나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이 뉴욕필과 함께했던 ‘청소년 음악회’가 클래식 애호가층을 넓히는 데 기여했던 것처럼, 일단 젊은 연주가들의 새로운 시도를 관심 있게 바라보고 싶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