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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먹는 TV…주시청층 연령대 갈수록 높아져

입력 | 2006-09-07 03:01:00

20일 처음 방영되는 MBC 수목극 ‘여우야 뭐하니’의 고현정(왼쪽)과 천정명. 고현정이 30대 삼류 잡지사 여기자역으로 출연한다. 사진 제공 MBC


TV 주시청층의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프로그램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MBC와 SBS는 10월 가을 개편에서 청소년 위주의 예능프로그램 비중을 줄이고 중장년 프로그램을 강화할 예정이다. KBS는 방향을 확정하진 않았으나 전진국 예능2팀장은 “기혼자를 대상으로 한 재테크 프로그램 ‘경제 비타민’(가제)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1992년부터 올해까지 15년간 성별 및 연령별 시청점유율(AGB닐슨미디어 집계)을 분석해 보면 20대와 30대 이상 두 집단의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 기간 20대 이하의 점유율은 감소했으나 30대 이상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여성의 경우, 1992년 41.7%였던 20대 이하 점유율이 2006년 33.2%로 떨어졌으나 30대 이상은 같은 기간 58.3%에서 66.8%로 상승했다. 남성은 1992년에 20대 이하가 42.9%, 30대 이상이 57.1%였지만 2006년에는 각각 35.6%, 64.4%로 나타나 격차가 벌어졌다.

변화는 프로그램에서도 두드러진다. 30대 여성이 주인공이거나 결혼 생활 등을 다룬 ‘아줌마드라마’가 젊은이들의 감성을 다룬 트렌디드라마에 비해 시청률과 편성비율이 높아지는 추세다.

20일 첫 방영하는 고현정 주연의 MBC ‘여우야 뭐하니’를 비롯해 현재 방영 중인 KBS 2 ‘투명인간 최장수’, MBC ‘발칙한 여자들’이 대표적인 주부 취향의 드라마다. 지난 3개월 간 드라마 시청률 순위에서 MBC ‘어느 멋진 날’, SBS ‘스마일 어게인’ 같은 트렌디드라마가 고전한 반면 SBS ‘하늘이시여’ ‘돌아와요 순애씨’ 등 ‘아줌마드라마’가 상위 5위권에 줄곧 올랐다.

가을 개편에서 중장년층을 겨냥한 예능프로그램을 늘리는 MBC 예능국은 개편의 테마를 ‘가족’으로 잡았다. 오후 7시대에 1996년 ‘남자셋 여자셋’ 이후 10년 동안 고정 배치해 온 청춘시트콤을 폐지하고 가족시트콤을 신설한다. 새 시트콤은 SBS ‘순풍산부인과’의 김병욱 PD가 연출을 맡고 나문희 박해미 등 중장년 연기자가 주연으로 거론되고 있다.

SBS 예능국은 청춘스타가 대거 출연하는 ‘일요일이 좋다’의 ‘엑스맨’ 코너의 시간을 줄이고 연예인들이 자녀와 함께 게임을 하는 가족운동회 형식의 코너를 기획하고 있다. 2003년 방영했던 중년 대상의 버라이어티쇼 ‘헤이헤이헤이’를 부활시켜 부부의 성생활 등의 소재로 주부 시청자를 사로잡을 계획이다.

MBC 최영근 예능국장은 “청소년용 예능프로그램은 시청률이 한 자릿수에 머무르는 실정”이라며 “앞으로 중장년 특히 주부 취향에 맞는 프로그램 제작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SBS 김혁 예능국장도 “TV는 3년 내에 나이든 계층을 위한 ‘실버’ 콘셉트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