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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최재규]전교조 ‘아이들 살리기 운동’의 허점

입력 | 2006-09-07 03:01:00


학교가 헤어 패션쇼장으로 변하고 있다. 연예인 흉내를 내는 학생들의 머리 형태는 수세미 머리, 펑크머리, 노숙자 머리, 꽁지머리 등 종류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런 학생이 학교 정문을 나서 사복으로 바꿔 입고 학원가를 배회하면 성인과 구별하기가 어렵다.

더욱 큰 문제는 두발 자유화 이후 학생의 여가 문화가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나 하는 점이다. 음주 흡연이 늘고 성인오락실, 당구장 등 기성세대의 유흥장을 들락거리는 학생이 늘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아이들 살리기 운동’이 강조하는 두발 자유화가 이런 부작용을 낳았다. 그럼에도 전교조는 민주노동당을 통해 ‘학생 인권 법안’을 발의해 두발 자유화 투쟁을 지속한다고 한다. 전교조의 대의원대회 정책 자료집에 따르면 ‘두발 자유화’라는 인권을 찾기 위해 학생이 조직적으로 연대 투쟁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전교조의 ‘아이들 살리기 운동’에서 더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평준화 교육’이다. 요즘 고교 교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자는 학생이 많다. 공부는 수준별로 학원에서 하고 학교는 졸업장 제조 공장이라는 말이 공공연하다.

학생들은 수준에 맞는 곳에서 배워야 흥미가 생기고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 수준별 이동 수업이 이루어져야 생동감 있는 수업이 될 수 있다. 부족한 학생은 방과 후 수업을 통해 보충할 수 있다. 학생은 학원보다 학교에서 선생님의 지도, 감독 하에 야간자율학습을 하며 면학 열기를 함께할 수 있다.

저소득 문맹시대에는 평준화 교육이 효과를 거뒀다. 이제 경쟁이 없는 교육으로는 고품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어렵다. 시대착오적인 전교조의 평준화 교육 투쟁은 학생을 학교 밖으로 내쫓아 학원가를 방황하게 만들어 탈선을 조장하고 사교육 시장을 배불리고 있다.

우수한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과학 영재고, 자립(자율)형 사립고, 국제중학교, 외고 등 특성화 학교를 세워 교육 수요를 채워야 한다. 어느 것이 궁극적으로 우리 아이들을 살리는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최재규 서울자유교원조합 위원장·잠실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