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에서 첫 국방부 장관을 지낸 조영길 씨는 본보에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정책을 비판하는 기고를 하기까지 이 정부에 몸담지 않았던 사람보다 한번이라도 더 고민을 했을 것이다. 각계 원로와 지식인들의 고언(苦言)도 새겨들어야 하지만 한때 국정의 책임을 공유했던 전직 장관의 쓴소리를 정부가 더 진지하게 곱씹어 봐야 할 이유다. 오죽 국가 장래가 불안했으면 자신을 중용했던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하고 나서겠는가.
열린우리당에서는 고위 공직을 지낸 인사들이 정부를 비판하는 데 대해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느니, ‘용납하기 어렵다’ ‘기본을 망각했다’느니 하는 험한 말을 쏟아 내고 있다. 나라의 안위(安危)가 걸린 정책에 관한 논란의 와중에서 ‘의리론’이나 ‘배신론’으로 본말(本末)을 뒤집는 것은 여당 스스로 기본이 안 돼 있다는 증거다.
조 전 장관은 전시작전권 환수가 한미동맹의 균열과 안보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걱정에서 아무런 정치적 의도 없이 국민에게 진실을 알리고 싶었다고 본보 기고에서 밝혔다. 평생을 군문(軍門)에서 보냈고 정부에 참여했던 체험에 바탕을 둔 조 씨의 기고는 전시작전권 환수 논리의 위험성을 설파하고 있다.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도 섣부른 자주외교를 비판했고, 김희상 전 대통령국방보좌관도 전시작전권 환수에 반대했다. KBS 회견에서 “야당과 언론만 반대한다”고 사실을 왜곡했던 노 대통령은 이들의 고언엔 뭐라고 답할 것인가. 자신이 임명했던 장관과 보좌관조차 받아들이지 않는 정책으로 국민을 설득할 수는 없다. 외교안보 관련 고위직들의 등 돌림은 사려 깊지 못한 정책으로 혼란을 부른 대통령의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전시작전권은 한반도가 전쟁에 돌입한 상황에서의 군대 지휘체계에 관한 것이다. 서두르지 말고 거듭거듭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사안이다. 그런데도 최소한의 전문가 의견조차 수렴하지 않고 설익은 자주이념을 독선적으로 밀어붙이다 보니 이런 현상이 빚어졌다.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정책은 거두어들이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