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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제 핵무장까지 넘보는 일본

입력 | 2006-09-07 03:01:00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일본 총리가 그제 “미일 안보조약이 깨지는 등 대변동이 생길 경우에 대비해 핵문제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일본 정부에 제안했다. 나카소네 전 총리는 일본 보수 세력의 원로로 자민당의 평화헌법 개정 추진 등 현실정치에 아직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다. 그가 ‘일본은 핵무기를 갖지도, 만들지도, 보유하지도 않는다’는 비핵 3원칙의 개정 문제를 공론화한 것이다.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중대한 도발 행위로 그의 발언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

일본은 국방예산 세계 2위의 군사대국이자 세계 4위(40t)의 플루토늄 보유국이다. 플루토늄 5t이면 핵무기 1000여 개를 제조할 수 있다. 2002년 4월 오자와 이치로 당시 자유당 당수는 “마음만 먹으면 핵폭탄 수천 개를 만들 수 있다”고 호언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도 그해 5월 일본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적 능력을 갖고 있음을 시인했다.

그런 일본이 마지막 금기마저 깨고 핵무장으로 나아가게 된다면 주변국들과의 핵 군비 경쟁은 피할 수 없게 된다. 전후 60여 년간 지속돼 온 이 지역의 평화는 사라지고 첨예한 군사대결의 시대를 맞을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이 와서는 결코 안 된다.

평화헌법 개정을 통한 ‘집단적 자위권’ 보유를 추진 중인 일본에서 핵문제 공론화 제의까지 나온 것은 군사대국화에 대한 미국의 용인과 미일 동맹의 강화에 따른 자신감, 중국의 급부상에 대한 경계심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도 좋은 구실의 하나가 됐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나카소네 전 총리는 “주변에는 핵무기를 가진 나라가 있으나 일본은 미국의 핵 억지력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했는데 틀림없이 북한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북한의 핵 개발은 물론이고, 일본의 핵무장 시도 역시 용인돼서는 안 된다. 북한과 일본, 양쪽에 대응해야 할 우리로서는 미국과의 공조를 더 긴밀히 할 수밖에 없다. 실없는 자주(自主) 타령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