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인 한국산업은행이 기업들의 체감경기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통계자료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물의를 빚고 있다.
산업은행은 6일 산하 기관인 산은경제연구소가 1218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산업경기 전망 자료를 배포하면서 “올해 4분기(10∼12월)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전분기보다 다소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4분기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가 97로 3분기(7∼9월) BSI 잠정 실적치 87보다 높게 나타나 앞으로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해석한 것.
BSI는 기업들이 현재와 미래 경기를 어떻게 보는지를 설문조사로 알아보는 경제심리지표다.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보는 기업이 나빠질 것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의미이며 100 밑이면 그 반대다. 그러나 많은 경제전문가는 “산은이 전망치와 실적치 BSI를 비교한 것은 통계학적으로 잘못된 해석”이라고 지적한다.
일반적으로 BSI는 전망치와 실적치로 나눠서 조사하는 만큼 이들 수치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변별력이 없다는 것이다. 매월 2000개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BSI를 조사하는 한국은행 측은 “전망치는 기업들의 기대심리가 반영돼 매출액 등 실제 데이터를 기초로 조사하는 실적치보다 대부분 높게 나온다”며 “성격이 다른 두 자료를 비교하는 것은 타당성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산은은 BSI 자료를 언론에 배포하면서 ‘산은, 4분기 제조업 경기 다소 회복 전망’이라는 제목을 달았지만, 첨부된 산은경제연구소 세부 자료에는 ‘BSI 97로 경기 부진 전망’이라는 정반대의 소제목이 적혀 있었다.
조사를 직접 수행한 산은경제연구소는 BSI 설문 결과를 제대로 분석하고 자료를 작성했지만, 산은이 발표 과정에서 조사 결과와 다른 해석을 첨부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생기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산은 측은 “3분기 BSI 실적치는 잠정치이기 때문에 4분기 전망치와 비교하는 것이 통계적으로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산은경제연구소 자료는 무시하고 홍보실에서 보낸 자료로 기사를 작성해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