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경제관료와 적자기업 사장 등의 경력을 지닌 김균섭(56·사진) 전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이 ‘외교관의 꽃’인 대사로 변신했다.
6일 외교관 인사에서 주(駐)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로 임명된 김 신임 대사는 부산고와 서울대 항공공학과를 졸업했으며 1973년 기술고시 9회에 합격한 뒤 옛 상공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업무능력과 리더십 면에서 모두 인정받던 그는 1999년 6월 산업자원부 기획관리실장에 발탁됐으나 다섯 달 만인 그해 12월 공직을 떠났다.
당시 그의 퇴진을 둘러싸고 “아까운 공무원이 능력과 무관한 이유로 피해를 봤다”는 평이 적지 않았으나 그는 “공무원으로 산자부 1급까지 올랐으니 이젠 총기 있는 후배들에게 길을 터 주겠다”며 말을 아꼈다.
공직에서 물러난 김 신임 대사는 한 달 뒤인 2000년 1월 적자기업이던 HSD엔진(현 두산엔진)의 사장을 맡았다. 그때도 지인들은 “1급까지 한 사람이 왜 가시밭길을 골라서 가느냐”며 말렸다.
그가 취임한 첫해부터 HSD엔진은 흑자를 냈다. 하지만 2002년 1월에 3년 계약을 다시 체결한 그는 임기를 2년 남긴 2003년 “이제 경영이 정상화됐으니 내 역할은 끝났다”며 회사를 떠났다.
이어 2004년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에 취임한 김 대사는 혁신과 일이 다르지 않다는 ‘혁업불이(革業不二)’를 내걸고 공단의 혁신을 주도해 지난해 기획예산처의 정부산하기관 경영평가에서 1위에 올랐다.
정부가 직업외교관 출신이 아닌 김 신임 대사를 이번에 남아공 대사로 임명한 것은 날로 중요해지고 있는 ‘에너지 외교’에 그의 능력을 활용하려는 뜻으로 보인다. 남아공은 자원이 풍부하다.
김경수 산자부 홍보관리관은 “김 신임 대사는 공대 출신인데도 탁월한 행정 및 기획능력을 보여 줬던 선배”라며 “산업정책과장 시절 무수한 로비에도 불구하고 공(公)과 사(私)를 철저히 구분하는 걸 보고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