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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억 횡령한 철도공무원의 호화판 생활

입력 | 2006-09-07 15:05:00


완전 범죄를 꿈꿨던 30대 공무원의 억대 횡령사실이 적발됐다.

철도청 공금 29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감사에서 적발돼 1일 구속된 건설교통부 6급 공무원 최모(32) 씨는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촉망받는 직원이었다.

최 씨는 원래 17평의 빌라에서 교통사고로 3급 장애인이 된 아버지와 어머니, 실업자인 형 부부 등 8명이 함께 사는 등 어려운 형편이었다. 하지만 공금을 횡령한 뒤로는 취미생활에 억대의 돈을 쓰는 등 방탕한 생활에 빠졌다.

7일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따르면 최 씨는 횡령한 돈 중 15억 원을 국내외의 희귀 화폐를 사들이는 데 썼다. 온라인 경매사이트와 화폐상을 통해 구입한 주화와 지폐는 무려 2t 무게에 이를 정도. 최 씨는 이 주화들을 자동차 공구함 40여 개에 나눠 자신의 아파트와 경기 용인의 별장에 나눠서 보관해 왔다.

이들 화폐는 개당 100만 원에 이르는 금화를 포함해 1800년도에 제작된 엽전, 일련번호가 희귀한 1만 원 권 국내 지폐 등 다양했다.

최 씨는 이 화폐들을 구입한 뒤 진품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미국의 화폐감정기관에 보내 보증을 받기도 했다.

경찰은 "최 씨는 조사를 받을 때에 동전 하나 하나의 위치와 구입처에 대해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며 "화폐들을 압수해서 옮기는 과정에서 4t 트럭 한 대를 이용했다"고 밝혔다.

최 씨는 또 용인시의 대지 150평, 건평 60평의 방 6개가 딸린 전원주택을 2억5000만 원에 구입해 주말이면 회사 직원들을 초청해 파티를 열기도 했다. 이 별장의 지하에는 노래방과 미니바, 당구대가 설치돼 있었고 방 2개에는 1000만 원 상당의 만화책과 또 다른 방 1개에는 400만 원 상당의 비디오테이프가 가득 진열돼 있었다.

씀씀이 또한 커져서 형과 여동생, 아버지에게 신형 자동차를 구입해주고 수시로 친척들에게 생활비나 사업비 명목으로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줬다.

또 직장 동료들과 1주일에 2,3차례 서울 강남의 유명 룸싸롱을 드나들고 술집에서 사귄 애인에게 3000만 원을 주는 등 3억여 원을 유흥비로 흥청망청 사용했다.

방탕한 씀씀이를 주변 사람들이 의심할까 봐 최 씨는 "주식투자를 해서 대박을 터뜨렸고 구입한 화폐의 가격이 올라 부자가 됐다"고 말해온 것으로 경찰조사에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최 씨의 횡령 사실이 오랫동안 들키지 않은 점을 들어 직장 상사와 동료등 20여 명을 상대로 공모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며 "횡령한 29억 원 중 지금은 1500만 원만 남아 있고 압수품은 모두 국고에 환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동욱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