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이 7일 보유 주식 147만4571주(7.82%) 전량을 아들 정용진(38) 신세계 부사장과 딸 정유경(34) 조선호텔 상무에게 물려줬다.
두 사람이 받은 주식의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46만6000원) 기준으로 6871억5008만6000원.
이번 증여로 정 부사장과 정 상무는 각각 신세계 주식 9.32%와 4.02%를 보유하게 돼 어머니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에 이어 신세계의 2, 3대 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재계에서는 이번 주식 증여를 두고 신세계의 3세 승계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신호탄으로 풀이하고 있다.
정 씨 남매는 이번 증여를 통해 사상 최대 규모인 3500억 원 안팎의 증여세를 납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편법 증여 논란에 시달려 온 일부 대기업 오너는 적지 않은 마음의 부담을 지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떳떳하게 세금 내고 경영권 승계하겠다”
정 명예회장은 이날 보유 주식 147만4571주 가운데 84만 주(4.46%)를 정 부사장에게, 나머지 63만4571주(3.36%)를 정 상무에게 각각 증여했다.
이에 따라 정 부사장의 보유 지분은 4.86%에서 9.32%로, 정 상무는 0.66%에서 4.02%로 각각 늘어났다.
▶증여세 납부 역대 최고 기록할 듯
구학서 신세계 사장은 이날 서울 중구 충무로 신세계 본사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이번 증여는 5월 중국 상하이 이마트 개점 기자간담회 때 ‘신세계는 떳떳하게 경영권을 넘길 것’이라고 밝힌 뒤 취한 1차 후속 조치”라고 설명했다.
당시 구 사장은 “모두 1조 원 규모의 상속·증여세를 내고 경영권 승계 작업을 진행할 것이며 하반기부터 일부 증여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구 사장은 “이번 증여로 정 부사장이 2대 주주가 됐지만 회사 내 역할에는 큰 변화가 없다”며 “경영권 승계로 확대 해석하지는 말아 달라”고 말했다. 또 그는 “최대 주주인 이 회장의 보유 주식(289만890주·지분 15.33%) 증여는 최소한 4년 이내에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재계에선 이번 조치로 정 부사장의 입지가 강화된 만큼 신세계의 3세 승계 작업이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재계 일각에선 4월부터 경영권 편법 승계 논란으로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는 참여연대가 최근 신세계를 대상으로 공격 수위를 높인 데 대한 반격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참여연대는 지난달 성명서를 통해 “신세계그룹 대주주 일가가 차명 주식을 대량 보유해 왔으며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통해 이런 사실을 포착한 것으로 안다”며 “검찰과 금융감독원이 진상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내년 2월 3500억 원대 증여세 납부 예상
관련법에 따라 증여 금액이 30억 원을 넘으면 증여세 최고세율인 50%를 적용받는다. 또 대주주가 2세에게 주식을 증여하면 지분에 따라 과표(課標·세금 기준)가 할증된다.
신세계 측은 정 씨 남매가 내야 할 증여세가 3500억 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세금은 일단 정 씨 남매가 보유한 재산을 먼저 처분해 현금으로 내고 나머지 부족한 부분은 주식으로 낼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대시 내줄 가능성도 있다.
구 사장은 “이달 중 증여세 납부 신고를 하면 6개월 뒤인 내년 2월쯤 세액과 정확한 세금 납부 방법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씨 남매가 계획대로 증여세를 내면 국내 최고 상속·증여세 납부자가 된다.
역대 최고 상속세 납부자는 2003년 사망한 신용호 전 교보생명 명예회장의 유가족으로 1830억 원을 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