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의 관심이 다시 한번 ‘세 마녀의 심술’에 모아지고 있다.
트리플 위칭 데이(triple witching day·세 마녀가 심술을 부리는 날이라는 뜻), 즉 주가지수선물·주가지수옵션·개별주식옵션 동시 만기일이 다음 주 목요일(14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주가지수선물 시장은 매 3, 6, 9, 12월 둘째 주 목요일에 만기를 맞는다. 주가지수 옵션과 개별주식 옵션은 매월 둘째 주 목요일이 만기다. 이 때문에 9월 둘째 주 목요일인 14일은 이 세 파생상품의 만기가 겹치게 되고 이날을 트리플 위칭 데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파생상품 만기일을 ‘마녀의 심술’에 비유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증시가 파생상품과 관련한 매물 때문에 만기일이 다가올수록 예측 불허 상태에 빠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만기일을 앞두고 매물화할 가능성이 높은 ‘매수차익잔액’이 사상 최고치인 2조2000억 원대에 이르고 있다.
세 마녀가 심술을 부릴 만한 조건이 단단히 갖춰진 셈이다.
○파생상품 만기일이 증시에 영향을 주는 이유
파생상품 동시 만기일이 증시에 영향을 주는 이유는 선물 및 옵션과 관련한 주식 매물이 시장에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기관투자가들은 선물과 현물의 가격이 벌어지면 그에 따라 주식과 선물을 사고팔아 이익을 챙긴다. 이를 차익거래라고 하는데 원리가 복잡하고 투자 기법도 어렵다. 개인투자자는 이 복잡한 원리를 이해할 필요가 전혀 없다.
문제는 이런 차익거래가 주식을 사고파는 증시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기관이 차익거래를 위해 매입한 주식은 기업가치나 경제상황과 상관없이 순전히 선물시장의 등락에 따라 기계적으로 사들인 것이다.
이런 매물은 언젠가 반드시 시장에 되팔아야 한다. 기관투자가들은 보통 선물·옵션 만기일이 가까워오면 이런 주식을 팔아 정리를 하는 일이 많다.
차익거래를 위해 사들인 주식을 바로 매수차익잔액이라고 한다. 이 물량이 2조2000억 원어치나 남아 있다는 것은 이 정도 주식이 만기일인 14일까지 어떻게든 주식시장에 매물로 쏟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얼마가 쏟아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마녀들이 심술을 부리기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예측이 불가능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주 대략적으로나마 8000억 원에서 1조 원가량의 주식이 만기일 전까지 매물로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규모로만 보면 증시에 상당한 악재가 될 수 있는 물량이다.
○추세가 더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물량 부담이 증시의 추세를 바꿀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
우선 매수차익잔액은 경제나 기업의 실력에 상관없이 순전히 기계적으로 기관투자가들이 사들인 물량이다.
이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 주가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경제 여건이나 기업실적이 나빠 주가가 떨어지는 것이 아닌 만큼 반등의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이 때문에 만기일 전에 기관들이 기계적으로 주식을 팔 때 오히려 좋은 주식을 싸게 살 기회로 삼고 집중적으로 주식을 사들이는 투자자도 적지 않다.
매수차익잔액 때문에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갑자기 만기일 전에 주가가 급등하는 일이 잦은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역사적으로도 매년 4번씩 있는 ‘트리플 위칭 데이’가 증시의 추세를 바꾼 적은 한 번도 없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매수차익잔액이 사상 최고 수준인 것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증시의 추세”라며 “만기일 부담보다 증시가 상승 추세로 돌아선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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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