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을 방문(8월 29일∼9월 2일)한 한나라당 황진하 의원이 귀국 후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작업은 미국 조야(朝野)의 이해와 관심이 부족한 가운데 국방부의 주도로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요지였다.
‘단 두 명’이 방문한 단출함부터 눈에 띄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인맥을 쌓아 온 한나라당 국제위원회 백기엽 위원만 그를 수행했다. 효율적으로 업무를 하자는 취지였고, 다급한 현안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두 사람은 16차례의 연쇄 면담으로 34명을 만났다. 모두 국방부, 국무부, 의회의 싱크탱크 전문가들이었다.
7일 서울로 국제전화를 걸어 방미(訪美) 활동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 황 의원은 홀가분함과 착잡함이 교차한다고 했다.
그는 방문 첫날 저녁 식사 자리부터 미국 정부 핵심 관리에게서 “기차는 이미 떠났다”는 말을 들었다. 이들은 궤도 레일을 밟고 있는 전시작전권 문제보다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가능성’에 훨씬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그는 한나라당의 당론인 ‘논의 중단’을 요구했다. 행정부 인사들은 “그럴 수는 없다. 주권국가에서 자유선거로 뽑힌 (노무현) 대통령이 달라고 하면 안 줄 도리가 없다”고 속사정을 설명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면담에서 정부 자료를 그냥 읽어 주는 듯한 냉랭한 분위기였다고 했다. 미 국방부는 한나라당에 우호적인 편이었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영 달랐다는 것이다.
황 의원은 부시 대통령의 참모들에게 “14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신중하게 다뤄 달라고 건의해 달라”는 요청까지 했다. 참모들은 “말씀 자료를 준비할 수는 있지만 노 대통령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면 어쩔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반면 민간인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 사안의 의미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황 의원은 “전시작전권을 넘겨받는 게 남북관계 진전에 필수적”이라는 한국 정부 인사의 ‘정치적 발언’도 각인시켜 보려고 애썼다. 그제야 “한국 정부에서 정말 그런 공개 발언을 했느냐”나 “그런 정치적 의미가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는 다소 진전된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이런 배경 설명에 별로 주목하는 것 같지 않더라고 전하는 황 의원의 목소리에는 허탈함이 짙게 묻어났다.
김승련 워싱턴 특파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