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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사 투자 성적 “회사크기 順이 아니네”

입력 | 2006-09-08 03:01:00


2002년 이후 4년 동안 국민연금 일부를 맡아 운용해 온 자산운용사 가운데 널리 알려진 대형 운용사 상당수가 운용 실적이 나빠 국민연금관리공단으로부터 하위 등급을 받은 것으로 7일 밝혀졌다.

이는 연금공단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열린우리당 양승조 의원에게 제출한 ‘국내 주식 위탁운용사 등급분류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다. 국민연금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의 실적이 밝혀진 것은 처음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부터 올해 6월까지 국민연금을 운용한 자산운용사 가운데 주식투자 분야에서 최우수(S) 등급을 받은 곳은 IMM투자자문, 튜브투자자문, 피데스투자자문, 미래에셋자산운용, PCA투신운용, 에셋플러스투자자문 등 6곳이다.

최우수 등급을 받은 6개사 가운데 4개사는 일반 자산운용사보다 훨씬 규모가 작은 투자자문사였다.

반면 지난해 간접투자 열풍에 힘입어 고객 자산을 대거 유치했던 초대형 자산운용사는 이름값을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는 이미 실적 부진으로 운용사에서 탈락했거나 평균 이하의 성적을 받아 탈락 위기에 놓인 상태다.

○ 국민연금 운용, 초라한 대형사

이 보고서는 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2002년부터 연기금을 운용했던 자산운용사들의 성적을 토대로 등급을 매긴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순수주식형(자산의 대부분을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 분야에서는 수탁액 기준으로 업계 2위와 3위인 대한투신운용과 한국투신운용 등 대형 운용사들이 보통(B) 등급을 받았다.

장기배분형에서는 주식형펀드 수탁액 업계 11위인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이 최하 등급인 ‘C’등급을 받았다. ‘C’등급을 받은 회사는 성적에 따라 운용 자금을 전액 또는 50%를 회수당하게 된다.

성과가 안 좋아 아예 퇴출당한 대형 자산운용사도 적지 않다.

삼성투신과 업계 16위인 한화투신운용은 2004년 말 순수주식형 분야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아 위탁 자산을 모두 반환하고 순수주식형 운용사에서 탈락했다.

2003년 말에는 역시 순수주식형 분야에서 LG투신운용(현 우리CS운용)과 동원투신운용(현 한국투신운용)이 성적 부진으로 위탁 자산을 전액 회수당했다.

대형사 가운데 고르게 우수한 성적을 올린 회사는 미래에셋자산운용(순수주식형과 장기배분형, 배당지수형 등에서 최고 등급) 정도였다.

○ 대형 자산운용사 부진한 이유는

전문가들은 대형운용사의 실적 부진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꼽는다.

하나는 실제 운용 실력이 뛰어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국민연금이 아닌 일반 펀드 성적을 봐도 대형운용사들이 운용하는 펀드가 상위권에 있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또 대형사들은 유행에 따라 펀드를 너무 많이 만들어 펀드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관리하지 못하는 약점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대형사들이 국민연금을 중소형사만큼이나 성의 있게 관리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연금공단은 실적이 부진한 대형 자산운용사에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대형사 위주로 자금을 배분했던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건복지부와 연금공단 측은 성적이 나쁜 대형사를 배제하고 실적이 좋은 중소형사 위주로 연금을 재분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