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이후 8년째 이어지고 있는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흔들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7일 경상수지 전망치를 ‘균형 수준’까지 끌어내려 흑자는커녕 상황에 따라서는 적자로 돌아설 수 있음을 내비쳤다.
많은 경제전문가는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경상수지마저 나빠지면 성장 동력을 저하시킬 것으로 우려했다.
○ ‘과거와는 다른 적자 구조
한국 경제가 빠르게 성장했던 1970, 80년대는 물론 1990년대 중반까지도 경상수지가 적자를 낸 해는 많았다. 당시에도 경상수지 적자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경상수지 적자 대부분이 기업이 생산설비 확충을 위해 해외에서 기계 설비나 원자재를 사오면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투자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근 경상수지 악화는 성격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성장과는 무관한 해외여행 및 유학 증가로 서비스 및 경상이전수지 적자 폭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올해 1∼7월 상품수지 흑자는 141억5550만 달러인 반면 서비스수지 적자는 109억7070만 달러였다. 수출로 번 돈의 77.5%가 해외여행 등을 통해 해외로 유출된 것.
LG경제연구원 오문석 상무는 “서비스수지 적자가 고착화되면 투자 여력이 줄어 성장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서비스업을 키워야’
경제전문가들은 경상수지 흑자기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및 경상이전수지 적자를 줄일 수 있는 서비스업을 활성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한은도 최근 내놓은 ‘우리나라 지식기반서비스업의 현황 및 발전방향’ 보고서에서 “법률, 회계, 광고, 문화 등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산업에 대해서는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완화해 대기업의 진출을 유도하는 등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 ‘양치기 소년’이 된 한은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를 160억 달러→100억 달러→40억 달러 순으로 낮춘 데 이어 7일에는 균형수준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쓰면서 ‘적자’ 가능성을 암시했다.
경상수지 흑자전망치가 이처럼 바뀐 데 대해 국제수지 통계 작성 및 분석 작업을 총괄하는 한은에도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나친 ‘낙관론’에 매달려 경제 분석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
실제로 한은은 민간연구소의 잇따른 경고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말까지 올해 경상수지 흑자 40억 달러 달성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