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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남성욱]‘돈주고 뺨맞기’ 대북지원 언제까지

입력 | 2006-09-11 03:05:00


1995년부터 올해까지 12년간 서울에서 평양에 지원한 금액은 총 6조5899억 원으로 밝혀졌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3년 반 동안 북한에 지원한 금액은 3조970억 원으로 전체 대북지원 규모의 46%를 차지했다. 현 정부 들어 대북지원액이 급증하였다. 정부는 이 수치에 대해 회계 절차상의 해명을 하고 있다. 농가지원 명목으로 국제가격보다 5배나 비싼 국내산 쌀을 북한에 지원하기 위해 사용된 양곡관리특별회계까지 포함돼 실제보다 과장되었다는 반론이다. 저렴한 외국산 쌀을 수입하여 지원할 경우 실제 대북 지원액은 절반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양특회계의 포함 여부가 아니다. 국민의 관심은 대북 지원의 결과가 과연 무엇인가이다. 동포애 차원에서 또는 ‘안보보험’ 차원에서 가난한 북측에 물질을 지원하는 일은 여전히 일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 1960년대 보릿고개 시절 굶주림에 시달렸던 우리는 당시 미국의 밀가루 원조를 잊을 수 없다. 이를 바탕으로 열심히 경제성장에 매달린 결과 지금은 남에게 의존하지 않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반면 인도적 차원에서 추진된 대북 지원의 결과는 참담하기 그지없다. 미사일 발사와 ‘선군정치가 한국을 지킨다’는 당국 간 회담 대표의 망발이 지원의 대가다. 참여정부 들어 대북지원액은 증가하였으나 남북관계는 후퇴하였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중단되었고, 경의선 등 철도 연결 행사는 갑자기 무산되었다. 북측은 긴장 완화를 위한 군사회담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재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북측은 자신들의 행동에 상관없이 남측이 일방적인 구애를 할 것이라고 정부의 속내를 파악하였다. 미사일 발사로 대북지원의 레버리지 효과는 소멸하였다. 물자지원을 지렛대 삼아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고 궁극적으로 개혁과 개방으로 유도한다는 시나리오는 유효하지 않다. 지원과 변화가 1 대 1로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경직적 상호주의는 기대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최소한 중장기적으로는 북측에서 화해 협력의 자세를 보여야 지원의 명분이 살아난다. 북한의 잘못된 행동과 잘한 행동을 구분하지 않는 정부의 편향적 대북정책은 오히려 북측으로 하여금 남측을 무시하게 만들었다. 북측은 채찍을 휘두르는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에 대해서는 유화적인 자세를 취한 데 반해 당근만을 흔드는 남측에는 역설적으로 선군정치의 덕택 운운하고 있다. 물론 북한 미사일이 남측에 위협이 아니라는 인식을 고수한다면 해결은 요원하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북한에 대한 자세 전환 촉구를 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 미사일 무력 위협 아니다” “핵실험도 징후나 단서도 없는데…” 등으로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고 북측이 우리를 배려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주면서 좋은 소리 못 듣는 비정상적인 관계가 지속되면 그나마 남아 있는 대북지원에 대한 민심마저 이반을 불러올 것이다. 동서독의 지원 사례처럼 북한의 변화가 수반된다면 대북지원 금액이 급증하는 데 대한 우려는 적을 듯하다. 서독은 동독에 물자를 지원할 때마다 정치범의 석방을 요구했고 주민의 인권개선 원칙을 고수하여 이를 관철했다. 미사일 발사에 따른 식량지원 중단을 이산가족 상봉 취소로 맞대응하는 북한에는 동서독 방식의 벤치마킹이 필수적이다.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정권 창설 58돌 9·9절 기념사에서 인민군대 강화에 국력을 집결하겠다고 선언했다. 혹시 우리의 대북지원이 선군정치에 이바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니터링이 필요한 시점이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북한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