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약보다는 확장이 중요
이제 논술 답안의 마지막 부분인 결론을 어떻게 쓸지 고민해 봅시다. 여기서 ‘결론’은 ‘글을 맺는 마지막 부분’으로 이해해야 혼란이 없을 것 같습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주장’이란 의미에서의 결론은 꼭 마지막에만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두괄식 구성의 경우 이런 의미의 결론은 첫 문단에 나오게 됩니다. 이렇게 교통정리를 한 다음, 이제 논술 답안의 마지막 부분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살펴봅시다.
우선 흔히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부터 파괴할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결론은 본론에서 논의한 내용을 요약, 정리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긴 글에 대해서는 틀린 생각이 아닙니다. 긴 글의 경우 결론에서 요약이 꼭 필요합니다. 이때 요약은 거름종이나 체 역할을 합니다. 요약문을 읽어보면서 독자는 자신이 제대로 읽었는지 확인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스스로 이해한 것이 요약문의 내용과 차이가 날 경우 이유는 다음 둘 중 하나입니다. 내가 글의 내용을 잘못 이해했을 수도 있고, 혹은 저자가 자신이 의도한 바를 본론에서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입 논술 답안처럼 비교적 짧은 분량의 글에서는 본론을 요약, 정리하는 것이 꼭 필요한 일은 아닙니다. 본론의 논의가 요약을 필요로 할 정도로 복잡하거나 복합적일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다. 그래서 거의 기계적으로 앞의 내용을 요약, 강조하는 결론을 쓸 경우는 실제로 논의를 단순하게 반복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공간이 충분하다면 중요한 내용을 반복해서 다시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입 논술 답안은 대체로 분량이 제한된 글이기 때문에 주어진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결국 새로운 내용 없이 요약 반복하게 되면 그만큼 답안의 분량을 낭비하게 됩니다. 그 공간을 새로운 논의로 채운 답안을 내용상 따라가기 쉽지 않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요약 정리하는 내용은 결론에서 무조건 빼야 할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필요하다면 강조하는 의미에서 본론의 논지를 분명히 밝히면서 핵심 주장만 최대한 간결하게 재구성하는 정도로 그치면 됩니다. 물론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에는 요약, 정리하는 결론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요구하는 분량을 채울 수 없어서 감점을 당할 것이 뻔한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앞의 내용을 요약하고 강조하여 요구하는 분량을 채우는 서글픈 일을 해야 하겠지요. 하지만 이것이 정상적인 경우는 아닙니다.
결론이 요약, 정리하는 곳이 아니라면 어떤 내용으로 채워야 할까요?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무언가 확장하는 요소가 필요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본론의 논의와 관련해서 새로운 쟁점을 끌어들여서는 곤란합니다.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게 되면 글을 맺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본론이 다루었던 문제의 범위 안에서 논의를 한 단계 더 심화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첫째 방법은 자신의 논의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의미나 함축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문제를 바라보는 각도를 바꾸어 접근함으로써 자신의 논의를 한 단계 높은 차원과 관련시키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반대 논의를 한 다음, “이는 결국 표현의 자유가 어떤 경우에도 제한되거나 방해받아서는 안 된다는 자유주의의 핵심 원리를 사회적으로 구현하려는 실제적인 노력이다”라고 주장했다고 합시다. 이렇게 되면 인터넷 실명제를 반대하는 주장이 이해관계 때문에 제시된 것이 아니라 자유주의를 구현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으로 평가되면서 확장된 의미를 부여받게 됩니다.
둘째 방법은 문제 해결의 방향이나 전망, 대책, 대안 등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논술은 기본적으로 문제 해결을 겨냥하는 글쓰기입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를 다루면서 본론에서 해결책을 제시할 틈이 없었다면 결론에서라도 그와 연관해서 실현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찬반 논의를 해야 할 문제에서도 결론에서 주장을 반복하기보다는 자신이 선택한 입장에 서서 실현해야 할 구체적 목표나 실천 방안을 제시하면 논의의 완성도가 더 높아질 것입니다.
박정하 성균관대 학부대학 교수·EBS 논술연구소 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