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곡중 4층 체력단련실에서 진동융 교사의 지도를 받으며 학생들이 벤치프레스를 하고 있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하는 학교’에선 항상 웃음꽃이 피어난다. 홍진환 기자
《6일 오전 10시 반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중 4층 체력단련실.
“여기에 힘을 더 줘야지.”
진동융(46) 교사가 운동을 하던 1학년 남학생의 배를 살짝 쳤다.
“야, 폭력교사다.”
학생 10여 명이 일제히 까르르 웃었다.
“선생님, 이거 몇 번이나 들었다 놓아야 해요?”
“벤치프레스는 어깨와 팔, 가슴의 근육을 키우는 운동이야. 8번씩 세 차례 반복하면 ‘몸짱’이 될 수 있단다.”
‘몸짱’이란 말에 다시 웃음보가 터졌다.》
격의 없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교사와 학생을 도곡중에선 흔히 볼 수 있다. 이 학교의 교무실 문은 여느 학교와 달리 항상 열려 있다. 엄숙하고 조용한 일반 학교의 교무실과는 사뭇 다르다.
류오현(60) 교장은 “누구나 언제든지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항상 열어두기 때문에 교무실은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학생들 소리로 가득하다”고 말했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하는 학교’인 도곡중에선 교사와 학생이 활발히 의견을 나눈다.
새 학기가 되면 담임교사는 아이들과 집단으로 상담하며 서로의 성격, 취미, 특기를 알아나간다. 교사는 반 구성원이 모두 참여하는 환경보호나 봉사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인성을 기르고 서로 친근하게 지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신경을 쓴다.
이 학교는 ‘체벌과 폭력, 명령이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2001년부터 담임교사와 함께하는 특별활동을 시작했다. 학생들은 1년에 최소한 두 차례 이상 담임교사와 음식을 함께 만들거나 등산을 하며 대화를 나눈다. 영화 관람, 노래 부르기, 양재천 함께 걷기 등 다양한 특별활동 내용도 학생이 스스로 정하게 한다.
2학년생 최지은(15) 양은 “우리 반은 매달 한 번씩 특별활동을 하기 때문에 선생님은 물론 아이들끼리도 서로 친해져 ‘왕따’가 없다”며 “6명씩 모둠을 만들어 ‘모둠일기장’을 쓰며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게 된다”고 말했다.
도곡중은 학생이 잘못했을 때 봉사활동을 하게 하는 등 벌은 주지만 교사가 회초리를 드는 일은 거의 없다.
최옥희(53·여) 교무부장은 “사제간의 돈독한 유대관계 덕분에 학생 지도가 수월하다”며 “교사와 학생이 서로를 신뢰하기 때문에 정해진 상담시간 외에 수시로 개인 및 단체 상담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의 학칙은 학생들 작품이다. 각 반 회장들이 급우들의 의견을 모아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대의원회에서 학칙을 개정하거나 개선안을 만들어 학교에 건의한다. 이런 방식으로 머리 길이를 남학생 7cm, 여학생 20cm로 정했다. 학생들은 휴대전화 벨 소리가 수업을 방해하지 않도록 휴대전화 사용 규정도 만들었다.
지난해 대의원회에서는 학년별로 30여 개의 동아리를 만들어 1주일에 한 번씩 교사와 함께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정했다. 볼링, 배드민턴, 테니스 등 여러 동아리 중 하나를 학생이 선택하면 담당 교사가 지도하면서 경기를 함께 즐긴다.
3학년 임유진(18) 양은 “정규 수업이 끝난 뒤 전교생의 40% 정도가 방과 후 교실에서 특별수업을 받는다”며 “일본어 중국어 과학실험 등 지식을 쌓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방과 후 교실을 통해 선생님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