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음악이요? 클래식인지, 팝인지, 트로트인지 장르는 중요하지 않아요. 청중이 멜로디에 맞춰 리듬을 타며 공감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음악이죠.”
해양경찰청의 60인조 관현악단을 이끌고 있는 한학(57·경위) 단장은 요즘 해경 지하 1층 200평 규모의 연주실에서 8시간 이상 연습에 매달리고 있다.
관현악단의 탄탄한 연주 실력이 널리 알려져 인천 지역에서 이런저런 축제가 벌어지는 가을을 맞아 연주회 요청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
단원들은 대학에서 관현악을 전공하다가 입대한 현역병 중 공개 오디션을 거쳐 선발한 전문 연주자들이지만 그래도 연습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연습 도중 그의 잔소리는 그치지 않는다.
“다른 악기가 내는 소리도 들어 가며 연주해야 아름다운 하모니가 살아나잖아.”
그는 30인조 브라스밴드인 해경악대가 창단된 이듬해인 1987년부터 지휘봉을 잡았다.
당초 경비함 취역식 등 해경의 공식행사에서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창단됐기 때문에 변변한 연주실도 없었다.
또 악기를 취미 수준으로 다루던 단원이 많아 제대로 된 음악을 연주하기도 힘들었다.
클라리넷을 전공해 목관악기는 모두 다룰 수 있는 그가 단원들에게 직접 연주법을 가르치며 구슬땀을 흘렸다.
창단 초기에는 해경 행사에서만 연주했지만 단원들의 실력이 궤도에 오르자 그는 시민들에게 음악을 들려 주기 위해 나섰다.
인천에서 열리는 체육대회나 문화축제 등 시민들의 발길이 닿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 매년 100차례 이상 공연했다.
인천시장애인재활협회는 7월 그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1988년부터 매년 장애인을 위한 연주활동으로 ‘한결같은 사랑과 관심을 보여준 데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지금까지 그가 장애인이나 노인전문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받은 상장과 공로패만 40여 개다. 한 단장은 해경이 러시아 중국 일본과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해상합동훈련에도 악단을 이끌고 동행해 왔다. 그때마다 어김없이 교민음악회를 열어 이국생활의 고단함을 달래 줬다.
올해 12월 정년퇴임하는 그는 요즘 이색적인 공연계획을 세우고 있다.
“음악을 감상할 기회가 적은 섬 주민들을 위해 무료 연주회를 열고 싶어요.”
10월부터 서해5도인 백령도와 연평도, 대청도, 소청도, 대연평도, 소연평도를 돌며 주민을 위한 음악회를 열 계획이다.
또 퇴임을 앞두고 장애인과 혼자 사는 노인, 소년소녀가장을 돕기 위한 자선음악회도 준비하고 있다.
그는 “관현악단의 지휘봉을 놓으면 인천 시민으로 돌아가 음악을 사랑하는 청소년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