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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특집]연비 테스트, 국산-수입차 7대 측정

입력 | 2006-09-13 03:01:00

연비 테스트를 위해 3500cc 전후의 수입 및 국산 대형세단 7대가 한 자리에 모였다. 출발하기에 앞서 차량들과 함께 선 운전자들. 왼쪽부터 인피니티 ‘M35’, 메르세데스벤츠 ‘E350 4Matic’, 렉서스 ‘GS350’, 르노삼성자동차 ‘SM7 3.5’, 현대자동차 ‘그랜저 L330’, 기아자동차 ‘오피러스 GH330’, 쌍용자동차 ‘체어맨 CM700s’. 원대연 기자

벤츠 E350 4매틱

르노삼성 SM7

렉서스 GS350

기아 오피러스

쌍용 체어맨

현대 그랜저

인피니티 M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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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A주유소. 3500cc 전후의 대(大)배기량 국산차와 수입차 7대가 연비 테스트를 위해 사상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 참가한 국산차종은 현대자동차 ‘그랜저 L330’과 기아자동차 ‘오피러스 GH330’, 르노삼성자동차 ‘SM7 3.5’, 쌍용자동차 ‘체어맨 CM700s’ 등 4대. 수입차는 메르세데스벤츠 ‘E350 4Matic’과 렉서스 ‘GS350’, 인피니티 ‘M35’ 등 3대가 나왔다. 혼다코리아에도 3500cc급인 ‘레전드’의 출석을 부탁했으나 불참했다.》

연비 측정에 3500cc급을 고른 이유는 최근 출시되는 대형 차종의 공인연비 발표치가 10년여 전 1500cc급의 연비와 비슷할 정도로 높아져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

테스트 코스는 A주유소-올림픽대로-가양대교-강변북로-자유로-경기 파주시 통일동산까지 갔다가 출발점으로 되돌아오는 왕복 120km 구간이었다.

○ 측정 오류를 줄여라

연비측정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측정오차를 줄이는 것.

자동차 연구소에서 쓰는 연비측정기를 부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차량에 동시에 설치하기는 힘들었다. 대신 휘발유가 넘칠 때까지 주유하고 주행 후 돌아와 다시 똑같이 주유한 뒤 주유량을 측정하는 방법을 택했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꼼꼼하게 휘발유를 채우느라 1대를 주유하는 데 10분 가까이 시간이 걸렸다.

또 기자가 직접 운전한 벤츠 E350을 제외하고는 모두 회사에서 보낸 운전자가 운전을 하도록 했다. 운전자 선정에 따른 공정성을 해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주행 중에는 앞차와 간격을 20∼30m 정도로 일정하게 유지하고, 속도는 차량의 흐름에 맞추되 시속 100km는 넘지 않기로 약속했다.

○ 치열한 신경전

현대 기아 쌍용차는 각사 연구소에서 20년 이상 연비테스트를 전문으로 해온 ‘프로’들을 운전자로 보냈다. 인피니티도 레이서 경력의 전문드라이버를 초빙해 운전대를 맡겼다.

반면 벤츠는 기자가 몰았고 SM7과 GS350은 일반 직원을 보내 상대적으로 불리했다.

A사 직원은 “연비를 높이기 위해서라면 앞 차를 추돌하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브레이크를 밟지 말라고 지시를 받았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참석 차량들은 주유를 마치고 잠실종합운동장 옆 탄천주차장에 모여 촬영을 한 뒤 오전 11시경 올림픽대로에 차를 올렸다. 도로는 차들로 꽉 막혀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시속 20km 수준.

10km 정도 주행하자 교통체증이 풀렸다. 선두에 선 기자는 서서히 속도를 시속 100km까지 올렸지만 뒤따르는 나머지 차들은 시속 80km 정도를 유지한 채 좀처럼 따라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서로 휘발유를 적게 소모하기 위한 경쟁은 뜨거웠다. GS350과 체어맨은 중간에 잠시 길을 잃고 둘러오느라 다른 차들보다 주행거리가 10km 늘어났다.

○ 주유전쟁, 의외의 결과

오후 2시 반경 출발했던 대치동의 주유소에 도착했다.

업체 관계자들은 모두 긴장된 얼굴로 주유장면을 지켜봤다. 다른 차에 휘발유가 조금이라도 덜 채워졌다 싶으면 항의하며 더 주유할 것을 요구했다. 한 대 한 대 주유가 끝날 때마다 희비가 엇갈렸다.

주유가 끝난 뒤 공인연비와 상관없는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전문 드라이버가 운전한 △오피러스(11.73km/L) △체어맨(10.71km/L) △그랜저(10.58km/L) △M35(9.55km/L)가 나란히 상위권을 차지했다.

평범한 운전자들이 운전대를 잡은 △SM7(9.12km/L) △GS350(8.79km/L) △E350(6.61km/L)은 하위 그룹을 형성했다.

상위권을 차지한 C사의 전문 드라이버는 “같은 거리를 비슷한 속도로 함께 가더라도 운전방법에 따라 연비는 10∼20% 차이가 날 수 있다”며 “일반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우리와 같은 연비기록을 낼 수는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 결과 분석

GS350과 벤츠 E350이 특히 다른 차들보다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전문 운전자들은 “일반 운전자가 운전을 한 데다 갓 출고된 차여서 연비가 나쁘게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보통 5000∼1만 km를 주행하고 나면 처음 출고시보다 10% 정도 연비가 좋아진다고 한다.

오피러스가 1위를 차지한 것은 의외였는데 같은 엔진과 변속기를 사용해 공인연비도 9km/L로 같은 그랜저보다 주유량이 1L나 적었다. 연비는 차의 성능도 중요하지만 운전방법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연비테스트의 결과는 차의 성능보다는 운전자의 숙련도에 따라 연료소모량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재확인 할 수 있었다.

글=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디자인=공성태 기자 coon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