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소득세 수억 원 내고 파느니 그냥 월세 받다가 증여하지요.” “내년 상반기(1∼6월) 지나면 다시 집값이 오르지 않겠어요?” “괜찮은 상가 나오면 금액 상관없이 무조건 연락 주세요.” 요즘 부동산 자산가들이나 부동산 투자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시중은행이나 증권사 등의 부동산 담당 프라이빗뱅커(PB)를 만나 하는 얘기들이다.》
종합부동산세를 물리지 않는 상가는 요즘 부동산 자산가들에게 최고의 투자대상이다. 부동산 PB 상담실에는 10억∼50억 원으로 살 수 있는 상가를 구해 달라는 의뢰가 쌓이고 있지만 소개할 만한 매물은 별로 없다. 우리은행 김용환 PB는 “작년 말부터 상가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생각에 상가 투자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내년부터 2채 이상의 주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집을 팔 때 내야 하는 양도세 부담이 양도차익의 50%로 높아지기 때문에 연말이 다가오면서 매물이 쏟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2주택자 가운데 집을 처분할 만한 사람은 별로 없다는 게 부동산 PB들의 전언이다. 국민은행 박합수 PB는 “아직도 2주택자로 남아 있는 사람들은 이미 보유하기로 결정을 내린 사람들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신한은행 이남수 PB는 “서울 강남권 2주택자들은 ‘양도세 올리면 안 팔면 되고, 재산세 등 보유세는 전월세 등 임대료에 전가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정부는 앞으로 집값 안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지만 부동산 자산가들은 여전히 부동산에 투자하면 실패하지 않는다는 ‘부동산 불패(不敗)’ 믿음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2003년 ‘10·29 주택시장 안정대책’, 지난해 ‘8·31 부동산 종합대책’ 등 굵직한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계속 상승했다는 ‘학습 효과’가 생겼다는 것. 하나은행 김일수 PB는 “내년 상반기 중 규제 완화를 예상하는 고객들이 많다”며 “재건축 가격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재건축 아파트를 처분하려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전했다.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는 부동산 자산가들에게도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다. 주택구입 관련 문의 10건 중 7, 8건이 판교신도시에 몰려 있다. 우리은행 김 PB는 “특히 소득이 없는 아내 또는 자녀가 당첨됐을 때 국세청의 자금출처조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증여세는 얼마나 나올지 등에 대해 정보를 수집하고 대비하는 고객이 많다”고 귀띔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