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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총제 사면초가’ 탈출구 찾을까

입력 | 2006-09-13 03:01:00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를 폐지하더라도 이에 못지않은 강력한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대기업 총수들과 잇따라 접촉해 눈길을 끌고 있다.

공정위는 12일 “권오승 위원장이 최근 출총제의 영향을 받는 몇몇 대기업 총수를 만나 (공정위가) 출총제의 대안으로 주장하는 순환출자 금지제도의 필요성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권 위원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을 비공개로 만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앞으로도 각 기업 총수와의 회동을 계속할 계획이다.

권 위원장은 올해 3월 취임 직후 “출총제 등과 관련해 대기업 총수들과 만날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김병배 공정위 부위원장은 “권 위원장 취임 초기에는 구체적인 출총제 대안이 나오지 않아 총수들을 만나지 않겠다고 했지만 지금은 순환출자 금지가 각 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듣고 제도의 필요성을 전하기 위해 만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위원장은 “대기업들이 순환출자 금지제도를 출총제의 대안으로 받아들일 경우 어떤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지 등을 포함해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다”고 덧붙였다.

재계에서는 “출총제 대안 논의와 관련해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몰린 공정위가 각종 인센티브 및 별도의 규제 완화라는 ‘당근’으로 대기업을 설득해 여론 환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출총제 폐지와 관련해 공정위는 순환출자 금지 등 강력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치권과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등 다른 경제부처는 기업규제 완화를 통한 투자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다.

공정위의 한 간부는 “출총제와 관련된 사회적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공정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조만간 국정브리핑을 통해 순환출자 금지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한 네티즌과의 대화도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한 주변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한 편이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공정위가 출총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태스크포스의 활동이 끝나면 이른 시일 안에 (출총제 폐지를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며 연내 처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