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 절차를 둘러싼 논란 때문에 국회가 파행과 정쟁을 거듭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합법적으로 구성되지 못하면 헌재가 하는 재판마다 ‘재판부 구성의 위법’이라는 원초적 결함이 생겨 재판의 효력에 대한 다툼이 발생하고, 재심 사유가 되는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이는 어떤 사람이 재판관이나 헌재소장에 적합한가 아닌가 하는 문제보다 더 중요하다. 정치적으로 싸울 문제가 아니라 모두 냉정을 되찾아 헌법과 법의 규정에 합치하게 처리해야 할 문제다.
헌재소장과 재판관의 임명 절차에 관해 전문가도 다소 착시(錯視)에 빠져 혼란을 겪는 것은 헌재소장과 재판관 임명 절차에 부가돼 있는 인사청문(hearing) 절차와 그간의 헌재소장 임명 절차 때문이다. 하지만 헌법의 헌재소장 임명 규정과 인사청문 절차를 차근히 들여다보면 논란이 있을 수도 없고, 조문 해석에 차이가 있을 여지도 없이 명백하다.
1987년 발효된 현행 헌법은 ‘헌법재판소의 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제111조 4항)고 돼 있다. 이는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제104조 1항)고 정해 대법관이 아닌 자라도 대법원장으로 임명할 수 있는 것과 다르다. 헌재소장 임명의 명문 규정은 명확하기 때문에 법률가가 아니더라도 헌재소장은 헌재 재판관 중에서 임명해야 함을 누구나 알 수 있다. 헌법 해석에서도 이견이 없었으며, 그동안 헌법대로 해 왔다.
인사청문은 현행 헌법이 출범할 당시에는 없었다. 2000년 6월 23일 인사청문회법 제정 후 국회 동의를 요하는 헌재소장과 국회에서 선출하는 3인의 헌재 재판관에 대해 인사청문을 하게 했다. 헌재소장에 대한 인사청문은 임명 동의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청문 결과 부적격으로 판명되면 동의가 부결돼 헌재소장으로 임명할 수 없다(기속적 청문).
국회 선출의 재판관 경우에는 국회 스스로 판단하면 되므로 자료심사와 면접(interview)을 하고 선출하면 족함에도 이 법은 청문을 거치도록 했고, 그에 따라 청문을 해 왔다(이는 인사청문과 면접을 혼동한 잘못된 입법이다).
그 후 2005년 7월 29일 대통령의 인사권을 통제하기 위해 국회법, 인사청문회법, 헌법재판소법을 개정해 인사청문의 범위를 넓히면서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3인의 재판관을 임명하기 전에, 또 대법원장이 지명할 수 있는 3인의 재판관 후보를 지명하기 전에 이들 모두에 대해서도 인사청문을 하도록 했다. 이 경우는 헌재소장에 대한 인사청문과 달리 청문의 결과에 관계없이 대통령이나 대법원장이 재판관으로 임명 또는 지명할 수 있다(자문적 청문).
헌법에는 인사청문 조항이 없는데 인사청문회법, 헌법재판소법, 국회법을 개정해 인사청문을 이와 같이 도입하는 바람에 2005년 7월 29일 이후로는 헌재소장을 임명하려면 먼저 인사청문을 거쳐 재판관으로 임명하고, 재판관으로 임명된 자 중에서 헌재소장 후보를 지명해 국회의 인사청문과 동의절차를 거치게 됐다. 결국 재판관의 적격 판단을 위한 인사청문과 헌재소장 적격 판단을 위한 인사청문이라는 2원 절차를 거치게 된 것이다.
2005년 7월 29일 이전에는 대통령이 어떤 사람을 재판관으로 임명하면서 동시에 헌재소장 임명의 국회동의를 요청하면 국회는 동의를 위한 인사청문 한 번만 했지만, 이날 이후에는 재판관 적격판단을 위한 인사청문(자문적 청문)과 헌재소장 적격판단을 위한 인사청문(기속적 청문)을 순차로 행하게 됐다. 이것은 현행 실정법의 구조이고, 달리 해석될 여지가 전혀 없는 내용이다. 이것이 전임 헌재소장 임명 절차와 현행 절차가 다른 점이다.
이번 사태는 이런 법규정 변경을 충분히 살피지 않은 실무자의 실수로 보인다. 따라서 재판관이 아닌 자를 헌재소장으로 임명하려면 지금까지의 절차를 취소하고, 실정법의 규정에 따라 순차적으로 인사청문을 거쳐 재판관으로 임명하고, 그 다음에 헌재소장 임명동의를 요청하는 절차를 밟으면 간단하다. 두 번의 인사청문회는 성질상 별개이기 때문에 재판관 청문회를 끝내고 이어 헌재소장 청문회를 열어 중복되는 내용은 원용하고, 소장 적격 여부 판단사항만 청문하면 절차상 번거로울 것이 전혀 없다. 법규정대로 하는 것이 큰일을 막는다.
정종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교수 jschong@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