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그렇게 늘어났나요? 나중에 그 많은 법을 어떻게 다 고치죠?”
‘집값 6억 원’이 각종 부동산 관련 규제의 기준선으로 무차별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한 본보 보도(12일자 A1면 참조)가 나간 뒤 한 경제부처 공무원은 이렇게 되물었다.
현 정부는 지난해 ‘8·31 부동산 종합대책’에서 종합부동산세 부과기준을 ‘공시가격 9억 원 초과’에서 ‘6억 원 초과’로 강화하면서 규제의 포문을 본격적으로 열었다. 당시 재정경제부는 “바뀐 기준에 따른 2006년 종부세 부과대상은 전국 970만 가구 중 1.6%뿐”이라고 말했다.
김경환(경제학) 서강대 교수는 “당시 정부가 서울 강남지역의 주택 보유자에게 종부세를 물리겠다는 목표를 세운 뒤 이에 맞춰 6억 원 기준을 끌어다 쓴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후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이 기준은 빠지지 않았다. 공시가격 또는 실거래가 6억 원을 넘는 집을 가진 사람은 졸지에 ‘공공의 적(敵)’이 됐다.
많은 전문가는 획일적인 정책에 감춰진 ‘그늘’을 우려한다. 특히 집 한 채를 가진 아파트 소유자가 집값 상승으로 무차별적 규제의 대상이 되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더구나 지금까지 집값 급등의 가장 큰 원인은 ‘정책 실패’인 경우가 많았다.
1999년 소득세법 시행령에서 ‘고급 주택’ 기준으로 처음 쓰였을 때 ‘전용면적 50평 이상, 실거래가 6억 원 이상’ 기준에 맞는 주택은 거의 없었다. 당연히 세금 문제도 부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전국의 공시가격 6억 원 초과 주택은 총 15만9115채로 급증했고 내년에는 26만 채 정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해당 분야 전문가인 관련 부처 공무원들이 이런 점을 모를 리 없다. 한 경제 관료는 “문제가 있는 줄 알지만 정권이 요구하는 정책을 만들려면 어쩔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경제정책은 한번 기준을 정하면 설사 잘못됐다 하더라도 수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정권의 ‘코드’에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6억 원 기준을 남발한 일부 관료가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질 각오는 돼 있는지 궁금하다.
박중현 경제부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