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용마중학교 2학년 3반 학생들이 교사가 수레에 담아 온 책을 읽고 있다. 학생들은 책을 읽으며 생각을 나누고 자신의 미래 희망을 가꾼다. 김미옥 기자
《‘딩동댕∼.’ 12일 오전 11시경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서울 용마중학교 맹보영(38·여) 교사는 손수레를 밀고 교실로 갔다. 대형 할인마트에서나 볼 수 있는 수레에는 같은 책이 40권이나 들어 있어 미는 일이 만만치 않다. 맹 교사는 “학교에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다행”이라며 씩 웃었다. 장애 학생을 위한 엘리베이터다. 그가 들어선 곳은 2학년 3반 교실. 학생들은 수레에 담긴 책을 읽고, 모둠을 나눠 책의 내용 및 소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책은 각 학년 교과협의회가 몇 시간에 걸친 토론을 벌여 선정한다. 교과 수업 관련도나 활용도가 높은지, 꿈과 희망을 길러줄 수 있는지가 주요 검토 사항이다.
“추천도서 목록을 각 가정에도 보내지만 가정 형편상 책을 마음껏 사 보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아요. 빠듯한 예산을 쪼개 책을 사 전체 학생들에게 읽히고 있지요.” 서울 중랑구 면목4동 용마중은 이처럼 독서를 통해 학생들에게 희망을 심어 주고 있다. 독서를 진로 및 인성교육으로 연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책으로 열어가는 우리의 미래-독서진로노트’라는 학습자료를 직접 만든다. 이 자료에는 추천 도서 목록, 독서 기록표와 함께 ‘앞으로의 나의 미래 설계하기’, ‘나는 누구인가’ 등 진로와 관련한 읽기 자료가 담겨 있다.
3학년생 고아람(15) 양은 “1학년 때는 판타지 소설 위주로 편식을 했는데 학교에서 꾸준히 책을 읽다 보니 독서 폭이 넓어졌다”며 “매달 20권가량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 생각도 깊어지고, 장래 희망도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용마중은 재학생 1100여 명 가운데 230여 명이 기초생활수급대상자, 차상위계층 등의 저소득층 자녀다.
박평순(54) 교장은 “지역 여건상 학생들이 책을 접할 기회가 적다”며 “학생들이 학교에서 독서를 많이 할 수 있도록 교사들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마중은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도서실을 운영한다. 사서가 없는 오전 7∼8시, 오후 8∼9시에는 교사들이 자원봉사를 한다. 아침 일찍 도서관에 오는 학생들에겐 빵과 우유가 건네진다. 아침밥을 못 먹고 등교하는 제자들을 위해 선생님들이 시작한 일이다. 밤에 문을 여는 것은 방과 후에 갈 곳이 마땅치 않은 맞벌이 부부 자녀를 위해서다.
용마중 교사의 유별난 제자 사랑은 인근 학교에까지 소문이 자자하다.
유난히 무더웠던 올여름 교사들은 몇몇 학부모와 함께 구청장을 방문해 3000만 원을 지원받아 30개 전 학급에 에어컨을 설치했다. 구청장 방문 계획을 주도한 권영기(40) 교무부장은 “선생님 대부분이 교직을 시작할 때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마중은 학부모 교육에도 신경을 쓴다. 학기마다 한 번씩 학부모를 초청해 독서 교육, 공부 방법 등에 대한 강연회를 연다. 지난해에는 학부모, 교사, 학생이 함께 꾸미는 ‘글과 공연이 있는 밤’ 행사를 열었다. 학부모 교육의 영향으로 ‘학부모 독서동호회’도 만들어졌다.
학부모 김현숙(42) 씨는 “부모가 직접 책을 읽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 주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동호회를 시작했다”면서 “밤늦게까지 도서실을 운영하며 아이들을 보살피는 선생님들에게 항상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