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일본 기업 닌텐도(任天堂)는 미국에 ‘레이더 스코프’라는 게임기를 수출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2000대의 재고.
창립 초기 화투와 트럼프를 만들어 팔았던 닌텐도는 당시 비디오게임에 전력을 쏟고 있었다.
닌텐도는 입사 3년차인 미야모토 시게루(宮本茂)에게 운명을 맡겼다. 게임기 본체는 그대로 둔 채 소프트웨어만 개발해 다시 팔아보겠다는 계산이었다.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에서 게임 ‘동키 콩(Donkey Kong)’이 탄생했다.
6만 대를 판매하면서 자신감을 얻은 닌텐도는 1983년 미국 기업에 게임을 납품하는 일을 중단하고 ‘패미컴’이라는 게임기를 처음 자체 제작했다.
그리고 1985년 9월 13일. ‘슈퍼마리오 브러더스’가 세상에 첫선을 보였다.
화면이 옆으로 흐르는 사이드 스크롤 방식을 최초로 채택한 이 게임은 비디오게임의 신세계를 펼쳐보였다. 환호가 잇따랐다.
미국의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슈퍼마리오 브러더스는 지금까지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린 비디오게임이다. 모두 4024만 개가 팔려 2위 테트리스(3026만 개)를 크게 앞선다.
이 게임의 성공은 닌텐도와 미야모토의 이름을 세상에 널리 알린다. 한때 북미 지역에서는 ‘게임을 하다’라는 말이 ‘플레이 닌텐도(Play Nintendo)’였을 정도.
올봄 미국 빌보드차트의 휴대전화 벨소리 부문에서 슈퍼마리오 브러더스의 테마곡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닌텐도의 공식 마스코트가 된 마리오 캐릭터는 사실 기술 부족의 산물이었다. 마리오를 게임 화면 속 어디나 돌아다닐 수 있게 한 것은 획기적인 아이디어였지만 점프할 때 찰랑거리는 머릿결을 표현하거나 얼굴을 뚜렷하게 구현하기에는 그래픽 기술이 따라주지 않았다.
그래서 개발팀은 동글동글한 마리오의 얼굴에 콧수염을 붙이고 머리에는 ‘빵모자’를 씌웠다. 또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보이게 하려고 멜빵 달린 빨강 작업복에 갈색 셔츠를 입혔다. 지하세계를 배경으로 활약하기 때문에 직업은 배관공이 됐다.
‘마리오의 아버지’ 미야모토는 “캐릭터 디자인 과정에서 잘 생기진 않았지만 정의감에 불타는 중년 남성을 염두에 뒀다”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