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 총동문회는 8일 대전 유성구의 계룡스파텔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고 행정복합도시에 충청권 대학이 반드시 입주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채택했다. 행정도시 캠퍼스를 추진하고 있는 모교를 지원하고 격려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동문들의 표정은 밝아 보이지 않았다. 수도권 등지의 유수 대학들이 대거 행정도시 캠퍼스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데 이 과제의 지휘봉을 쥔 양현수 충남대 총장이 아무래도 정치에 한눈을 팔고 있는 것 같기 때문.
양 총장은 지난달 28일 고건 전 총리를 중심으로 발족한 ‘희망한국 국민연대(희망연대)’의 공동대표를 맡았다.
동문회 관계자는 “학교 에너지를 결집해야 할 마당에 누가 봐도 정치단체가 분명한 자리에 참여해 동문들의 불만이 크다”고 전했다.
양 총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개인적으로 고 전 총리를 존경해 친분을 유지해 왔다”며 “희망연대가 순수한 사회단체여서 공동대표를 맡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희망연대를 사회단체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고 전 총리가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이기 때문이다. 여야 정치권은 앞 다투어 희망연대에 대한 논평을 쏟아내고 있다.
양 총장은 개인자격 참여를 강조하며 희망연대 발족식에도 관용차 대신 열차를 이용했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선 ‘양현수 씨’도, ‘양현수 충남대 교수’도 아닌 ‘양현수 충남대 총장’으로 소개됐다.
지난해 3월 양 총장 취임 이후 충남대에선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김밥 할머니’를 기념한 정심화국제문화회관에서 할머니의 법명인 정심화를 삭제하려다 비난을 샀고, 행정도시 캠퍼스를 공동으로 추진해 온 공주대는 발을 빼고 있다.
양 총장이 5억 원짜리 빌라를 관사로 사용하다 ‘호화 관사’ 논란이 일자 이사를 약속하고도 아직 지키지 않은 데 대한 비난도 적지 않다.
양 총장의 희망연대 참여가 양 총장 개인이 아닌 충남대에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지명훈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