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자 당구의 양대 스타가 한무대에서 실력을 뽐냈다. ‘작은 마녀’ 김가영(왼쪽)이 묘기 당구 대회인 ‘트릭샷 매직 챌린지’에서 날카로운 눈매로 공을 겨냥하고 있다. 오른쪽은 세계 정상의 기량을 과시하며 우승한 ‘검은 독거미’ 자넷 리. 변영욱 기자
화사한 미소가 매혹적이다. 하지만 큐를 잡자 눈매가 매섭게 변해 ‘검은 독거미’라는 별명이 실감났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세계 여자 당구의 아이콘인 자넷 리(이진희·35)가 13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 특설무대에서 열린 ‘트릭샷 매직 챌린지’에서 솜씨를 뽐냈다. 그가 한국에서 경기하기는 1997년 북한어린이 돕기 유엔아동기금(UNICEF) 자선경기 이후 9년 만.
트릭샷은 ‘묘기 당구’로 상대 선수가 낸 예술구 과제를 성공시키면 득점하는 방식. 끌어치기, 찍어치기, 띄우기 등 최고의 기술이 총동원된다.
‘제2의 자넷 리’로 불리는 ‘작은 마녀’ 김가영(23), 국내 랭킹 2위 차유람(19), 제니퍼 바레타(미국) 등 6명이 3명씩 조를 나눠 경기를 치른 이날 자넷 리는 결승에서 차유람을 2-1로 이기고 우승했다.
나인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두 차례 우승하며 샛별로 떠오른 김가영은 예선에서 1개의 과제도 성공시키지 못한 채 탈락해 둘의 맞대결은 무산됐다.
하지만 두 사람에겐 승부보다 오랜만에 한국을 찾은 기쁨이 더 커 보였다.
자넷 리는 “우린 친구 사이”라면서 “김가영은 10년 전의 나보다 훨씬 실력이 좋고 성장 속도가 빠른 대단한 선수”라고 칭찬했다.
2002년 대만으로 당구 유학을 떠난 뒤 대만과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가영은 “인천 용현여중 2학년 때인 1997년 언니(자넷 리)의 한국 방문 때 처음 함께 경기를 해봤는데 너무 노련하고 여유가 있었다”며 웃었다.
1990년대 중후반 세계 1위를 석권했던 자넷 리는 ‘선천성 척추측곡 질환(척추가 옆으로 휘는 병)’ 때문에 4년간 5차례 대수술을 받았고 최근 8개월간은 대회에 참가조차 못해 현재 미국 여자프로당구협회(WPBA) 랭킹이 7위에 머물고 있다.
반면 자넷 리를 보고 감탄했던 여중생은 이제 자넷 리와 같은 키(170cm)의 실력자로 성장했다. WPBA 랭킹은 4위로 오히려 더 높다.
자넷 리는 “오랜만에 국내 팬들 앞에서 치른 경기에서 우승해 기쁘다”고 말했다. 김가영은 “트릭샷은 처음이라 어려웠다. 하지만 남은 경기에서는 꼭 우승하겠다”고 맞받았다.
둘은 14일 나인볼대회인 ‘엠프리스컵’, 16∼17일 ‘강원랜드컵 포켓볼 한미 국가대항전’에서 다시 격돌한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 ‘검은 독거미’ 자넷 리, ‘트릭샷 매직 챌린지’ 출전
“저 앳된 얼짱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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