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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싶은 ‘백조’…20대 여성 취업자 1년사이 11만명 급감

입력 | 2006-09-14 03:02:00


서울에서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는 이모 씨는 얼마 전 홀에서 서빙하던 여자 아르바이트생이 그만둔 뒤 군대에서 갓 제대한 남자 대학생을 뽑았다.

이 씨는 “여성이 어울릴 것 같은 자리에 남성이 많이 지원을 해서 놀랐다”며 “시간당 임금은 같은데 밤늦게까지 일을 시켜도 부담이 없을 것 같아 남학생을 택했다”고 말했다.

20대 여성의 일자리가 크게 줄면서 젊은 ‘백조’들이 급증하고 있다.

‘백조’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여성 실업자를 가리키는 은어(隱語)로 남성 실업자를 뜻하는 ‘백수(白手)’에서 파생된 말이다.

전체 취업자 수는 증가한 가운데 유독 20대 여성의 일자리만 줄면서 ‘백조 대란(大亂)’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20대 여성 취업자 수는 208만 명으로 1년 전보다 11만6000명(5.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체 취업자 수가 2284만6000명에서 2316만4000명으로 31만8000명(1.4%)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20대 남성 취업자는 지난달 194만9000명으로 1년 전에 비해 4000명(0.2%) 줄어드는 데 그쳤다.

남녀를 합쳐 20대에서 줄어든 일자리 12만 개 가운데 97%가 여성의 몫이었던 것.

20대 여성 취업자는 특히 ‘음식, 숙박, 도·소매업’에서 6만3000명이나 줄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업종에서, 왜 사라졌는지는 분명치 않다.

불경기 탓에 ‘음식, 숙박, 도·소매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이 종업원을 줄인 것이 한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패밀리레스토랑처럼 젊은 여성이 많이 취업하는 직장에서 일자리가 줄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취업난에 시달리던 20대 남성이 전통적으로 여성의 일자리로 꼽히던 소매업종에 활발하게 진출하면서 또래 여성이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통계청 은순현 고용통계팀장은 “대형 유통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며 “오히려 경기에 민감한 일반 소매점에서 20대 여성의 일자리가 많이 줄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한 김모(25·여) 씨는 “청년 실업 중에서도 여성 실업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며 “대학 동기 가운데 남자는 대부분 직장을 잡았지만 여자 친구는 절반 이상이 놀고 있다”고 말했다.

1년 전과 취업자 수 비교해보니 2005년
8월(명)2006년
8월(명)증가율
(%)20대 여성219만6000208만-5.320대 남성195만3000194만9000-0.2전체 취업자2284만60002316만40001.4자료: 통계청 살림살이가 어려워지면서 30대 이상의 주부들이 취업전선으로 몰려나오고 있는 영향도 있다.

지난달 30, 40대 여성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각각 9만4000명(4.4%), 4만6000명(1.8%) 늘었다. 50대 여성 취업자도 7만8000명(5.4%)이나 증가했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