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청소년 단체 “운동권도 정권 잡으면 달라져야”

입력 | 2006-09-14 10:32:00

13일 여성가족부와 국가청소년위원회 간 통합을 설명하기 위해 국가청소년위 주최로 열린 공청회가 250여명의 청소년 단체 관계자들의 단상 점거로 무산됐다.사진 제공 : 남석원(백석대학교 청소년학과 3학년)


“왜 국가청소년위원회는 청소년 계에 여성가족부와의 통합을 사전에 알리지 않았나. 법질서를 준수해야 할 최영희 국가청소년위원회 위원장은 옛날에 숨어서 운동권 하던 폐쇄적 습관을 못 버리고 있다. 이번 사건은 참여정부의 ‘엉터리 좌파 정체성’을 보여주는 실례다.”

여성가족부와 국가청소년위의 통합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한국청소년개발원 기획조정실장을 지낸 함병수 ‘국가청소년위원회 여성가족부 이관 반대 비상대책위(이하 비대위)’ 공동대표가 뼈 있는 말을 던졌다.

함 대표는 13일 두 부처 간 통합을 설명하기 위해 국가청소년위 주최로 열린 공청회가 250여명의 청소년 단체 관계자들의 단상 점거로 무산된 직후 기자와 만나 이 같이 말했다. 이날 그는 생전 처음 단상을 점거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함 대표는 “이번 공청회는 국회에 보여주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며 “중요한 공청회에 위원장이 아니고 사무처장만 나온 것도 그렇고, 우리에게도 겨우 행사 3일 전에 전화 연락이 한번 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수가 빨갱이를 욕하지 않나. 그건 공산주의 정신 자체 보다는 김일성-김정일 같이 공산주의를 가장한 사기꾼을 욕하는 것이다”라며 “이 정부가 그렇다. 민주주의를 가장한다. 통합 논의를 하면서 여론 수렴을 제대로 거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통합 로드맵이 다 됐으니 반대 목소리를 안 듣겠다는 건 운동권식”이라며 “지하운동 할 때야 목적이 있으니까 찬성하는 사람만 이끌고 가도 되지만, 정권을 잡은 이상 반대자도 50% 있다는 점을 있지 말아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함 대표는 이어 국가청소년위의 여성가족부 통합 논리를 조목조목 비판해 나갔다.

그는 “우선 청소년 업무를 여성가족부 귀속시키는 것은 ‘양성 평등’에 어긋난다”며 “여성을 해방시켜야 할 여성부가 가족 업무를 빙자해서 청소년을 여성에게 맡겨버린다는 게 말이 되는가. 표 때문에 여성부를 만들어 놓고 알맹이(업무 영역)가 없으니 힘없는 청소년 업무를 가져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청소년위가 차관급이라 일하기 힘들다’는 논리는 “업무의 고유성만 있으면 되지, 특허청과 항만청이 조직이 작아 일을 못하느냐”며 “장관급이 좋다면 독립부서로 만들 생각은 못하고 여성부에 빌붙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청소년위는 우릴 ‘적’으로만 생각치 말고 함께 합의점을 도출해야 한다”며 “운동권도 정권을 잡으면 달라져야 하는 게 아닌가. 사냥하던 개와 평상시 개는 다르다. 사냥하던 성질 못 버리는 개는 삶아 먹어야 한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국가청소년위 “여성청소년가족부 계속 추진”◇

하지만 국가청소년위 이만섭 사무처장은 청소년계의 반발에 대해 ‘일부의 목소리’라고 평가 절하했다. 수차례 청소년 단체 인사들과 식사하며 의중을 떠보니 대다수가 찬성했다는 것.

이 사무처장은 “공청회 개최여부와 상관없이 앞으로 통합을 계속해서 추진할 것”이라며 “9월 정기 국회 안에 통합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내년 1월쯤 통과되지 않겠느냐”고 낙관했다.

그에게 통합의 당위성에 대해 묻자, ‘돌봄’이라는 점에서 청소년정책과 여성가족정책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정 문제가 해결되면 청소년 문제도 거의 해결된다”며 “그렇게 되면 우리는 인터넷 역기능 해소, 방과 후 주말 학교, 청소년 시설 수련관 등 청소년 육성 활동에 전념할 수 있어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조직의 한계에 대해서도 거듭 말했다. 그는 “위원회 조직이면서 차관급 부처이기 때문에 위원장이 국무회의에도 참석 못하고 국가 주요 정책 회의에도 참석을 못한다”며 “현재의 1400억 정도의 예산도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통합 출범될 여성청소년가족부의 전체 예산 규모는 1조원을 초과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널리 유포된 ‘최영희 위원장 여성가족청소년부 초대장관 내정설’에 대해선 “억측”이라고 말했으나, 기자가 ‘절대 아닌가’라고 묻자 “절대라는 말은 할 수 없지만, 미리 판단할 수 없고 아무도 모르는 것이니까”라고 말을 얼버무렸다.

대신 옆에 있던 조효철 청소년 어울림쉼터 대표는 “최 위원장이 장관 되는 게 무슨 문제인가”라며 “오히려 국가청소년위 위원장을 2~3년이나 한 청소년 전문가인데 (장관이)되면 좋은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는 무기한 연기됐다. 아수라장으로 변한 공청회장에 최영희 위원장은 나오지도 않았고, 국가청소년위 관계자들은 회장 바깥으로 쫓겨나 있었다. 국가청소년위와 청소년단체 간 실랑이를 벌이는 과정에서 여고생 정모(18)양이 공무원에게 명치를 가격 당했다고 주장해 한때 성희롱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단상을 점거한 비대위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상식적 절차에 입각한 국회주관의 공청회 개최 △공청회 일방적 강행, 이관추진 여론조작에 관한 최영희 위원장의 공개사과 △민주적, 합리적 절차와 참여를 통한 장기적인 청소년 정책수립을 요구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