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안데르탈인의 상상도. 현생 인류보다 두개골이 작고 이마가 누웠으며 코가 큰 것이 특징이다. 유럽과 서아시아 지역에 살았는데 이곳으로 이주해 온 현생 인류와 최소 수천 년 공존했다는 증거가 최근 발견됐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현생 인류(학명 호모사피엔스)에 앞선 네안데르탈인이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뒤인 2만8000∼2만4000년 전까지 생존했으며 현생 인류와도 수천 년 공존한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가 14일 영국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발표됐다.
영국령 지브롤터의 고람 동굴에서 네안데르탈인 특유의 석기와 함께 발견된 숯의 연대측정 결과 2만8000년 전, 가깝게는 2만4000년 전에 사용된 것으로 나타난 것.
네안데르탈인은 약 20만 년 전 유럽과 서아시아에 등장했으며 4만∼3만5000년 전 현생 인류가 동유럽에 등장해 서쪽으로 세력을 확장한 것과 같은 시기인 3만5000∼3만 년 전에 멸종한 것으로 추정돼 왔다.
그러나 이번 발견으로 네안데르탈인의 멸종 시기가 늦춰지고 현생 인류의 등장 시기와도 최소 수천 년 겹치게 됐다.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이 이토록 오래 공존했다면 네안데르탈인은 단순히 빙하기에 적응하지 못해 멸종했다기보다는 빙하기로 인해 자원이 점차 줄어드는 상황에서 똑똑한 현생 인류와 경쟁하다 밀려난 것으로 볼 수 있다.
크리스 스트링어 런던자연사박물관 교수는 “당시는 인구 밀도가 낮아 두 종이 마주치기 쉽지 않았겠지만 만약 마주쳤다면 갈등을 빚었을 것”이라며 “현생 인류가 네안데르탈인을 직접 죽였다기보다는 네안데르탈인을 점점 더 살기 어려운 곳으로 몰아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 간 이종교배 가능성도 다시 제기됐다. 아직 현생 인류의 유전자(DNA)에 네안데르탈인의 DNA가 있다는 유전학적 증거는 없다. 그러나 1998년 발견돼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의 잡종일 가능성을 놓고 논쟁이 벌어진 포르투갈 라가르 벨호 유골의 시대와 고람 동굴의 정착 시기가 상당히 겹치고 있어 주목된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