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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북스]스토리텔링으로 성공하라

입력 | 2006-09-16 03:00:00


◇스토리텔링으로 성공하라/스티븐 데닝 지음·안진환 옮김/312쪽·1만3000원·을유문화사

현대가 처음 조선업에 진출하려고 했을 때의 일화 한 토막. 정주영은 조선소를 짓기로 하고 1971년 8000만 달러의 조선소 건설자금을 꾸러 영국으로 갔다.

하지만 주문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찾아간 그에게 영국 금융인들이 쉽사리 돈을 빌려 줄 리 만무했다. 정주영은 상대가 탐탁지 않게 나오자 호주머니에서 500원짜리 지폐를 꺼냈다.

“여기 거북선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 한국이 1500년대에 철갑선을 만들었다는 증거입니다. 당신네 영국의 조선 역사는 대략 1800년대부터라고 할 수 있는데 한국이 300년이나 앞선 셈입니다.”

정주영의 말에 감동한 상대는 은행 간부를 만날 수 있게 해 주었고 어렵사리 융자를 받아 조선소를 건설했다.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 거북선 얘기를 꺼냈지만 나름대로 사업계획서는 철저히 준비했다고 한다.

기업 비즈니스에서 설득의 중요성은 오래전부터 강조되어 왔다. 상대방을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비즈니스의 성패가 달려 있기 때문에 다양한 설득의 기법이 개발되고 활용되었다. 과학적인 분석과 수치를 제시하면서 설득하는 방법이 있는가 하면 이야기를 통해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수도 있다.

정주영의 일화는 각종 수치와 도해로 가득 찬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보다 상대방의 마음을 울리는 한 토막의 이야기가 더 설득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더군다나 디지털 시대의 도래로 매체가 다양해지면서 스토리텔링(이야기하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정치 언론 등의 분야에서도 스토리텔링에 대한 활용도가 커지고 있다. 리더의 역할을 잘하기 위해선 특히 중요하다. 예컨대 기업의 리더라면 기업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직원들에게 보여 주고 기업 외부의 소비자나 다른 이해관계자에게 기업과 상품의 중요성을 알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성공적인 스토리텔러가 되기 위해서는 치밀한 준비와 철저한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소수의 선택된 사람들만이 이야기를 잘하는 소질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리더십 역시 소수만이 가질 수 있는 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누구든 배울 수 있다고 한다. 적당한 시기에 적절한 내용의 이야기를 찾아내서 제대로 전달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구체적으로는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촉구하는 법, 신뢰를 구축하는 법, 협력을 이끌어 내는 법, 가십과 루머를 무력화시키는 법, 비전을 창출하고 공유하는 법 등이 실제 사례와 함께 소개되어 있다.

박영균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 parky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