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경야독(晝耕夜讀·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한다).’ 이 고사성어와 비슷하게 ‘낮에는 공을 차고 밤에는 공부하는’ 대학 축구부가 있다.
건국대 축구부 선수들은 운동을 한 뒤 매일 저녁 3시간씩 특강을 받는다. 스포츠 심리학, 운동 생리학은 물론 인생학까지…. 대부분의 대학 축구부가 공부를 등한시하고 운동에만 전념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뿐 아니라 아침에는 펜글씨를 배운다. 더러 한글도 제대로 못 쓰는 선수가 있었지만 지금은 한자와 영어까지 멋지게 써낸다.
김철 건국대 축구부 감독은 “운동을 중도에 그만두면 마땅히 할 일이 없는 선수들의 미래를 위해 학교 차원에서 정규 강의 외에 따로 공부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공부를 시키니 플레이도 달라졌다. 막무가내로 볼을 차던 선수들이 머리를 쓰며 생각하는 축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엔 우거지상으로 강의실에 들어오고 조는 선수도 많았는데 강의가 거듭될수록 선수들의 행동이 의젓해지고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으로 바뀌었다고.
그래서일까. 건국대는 13일 끝난 2006 험멜코리아배 전국추계대학축구연맹전에서 인천대를 2-1로 제치고 3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2003년 우승한 뒤 3년 만의 정상 탈환. 건국대는 지난해 춘계연맹에서도 우승하는 등 ‘공부하는 축구부’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