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은빛둥지에서 노인들이 김금순 씨(오른쪽에서 두 번째)의 지도로 컴퓨터 교육을 받고 있다. 노인들은 젊은이에 비해 이해력과 습득력이 떨어지지만 소일 삼아 하는 반복 학습을 통해 1, 2년이 지나면 프로 수준에 올라서게 되고 그 과정의 성취감은 젊은이들에 비해 훨씬 크다. 안산=김동주 기자
은빛둥지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나영수 씨. 안산=김동주 기자
《9월 1, 2일 강원도 동해안 관광지에는 이색적인 졸업여행단이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65세에서 84세까지의 남녀 노인 30명으로 구성된 사진 촬영 여행단이 그것이었다. 노인들은 거진항의 해돋이, 정동진의 바다 풍경, 그리고 진부령의 야생화 등을 디지털카메라에 담으며 1박 2일의 졸업여행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냈다.》
이들은 경기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 713의 노인컴퓨터중앙교육원(일명 은빛둥지) 사진반 회원들. 3월부터 매주 3일씩 디지털카메라를 이용한 컴퓨터 사진 제작 과정을 익히다 10월 졸업을 앞두고 졸업사진 전시회에 출품할 사진을 찍기 위한 여행을 다녀온 것이다.
○ 강사들 대부분 자원봉사자
은빛둥지에는 사진반 외에도 포토샵반, 홈페이지반, 엑셀반, 파워포인트반 그리고 초보과정인 ‘한글과 컴퓨터’반과 영정사진 만들기를 배우는 영정반도 있다. 각 반의 수강생은 30명 내외로 거의 모두가 60세 이상의 노인들이다.
은빛둥지 사진반 회원 강희정(76·여·안산시 상록구 팔곡1동) 씨는 이곳에서 1년간 컴퓨터를 배운 후 7월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강 씨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그동안 찍은 사진들로 개인 갤러리를 만들어 놓고 있다. 사위, 며느리들과도 자주 e메일을 주고받는다는 강 씨는 “홈페이지는 이제 나의 큰 재산인 셈”이라며 “이 나이에 이런 것들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 교육원은 민간 자율로 운영되는 노인 컴퓨터 배움터이다. 이 교육원의 특징은 수업료 없이 월 1만 원의 회비로 운영되며 강사는 대부분 노인 자원봉사자들이라는 점. 안산시 소유의 마을회관 건물 중 한 층(30평)을 무료로 빌려 쓰고 있지만 운영은 회원들 스스로 하고 있다.
이곳의 교육용 컴퓨터는 한양대 공대에서 학습용으로 사용하던 것을 기증받았으며 책걸상도 기업에서 폐기 처분된 것을 얻어 쓰고 있다. 공간이 너무 좁은 데다 강의실이 한 개뿐이기 때문에 강의가 동시에 이루어지지 못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2시간 간격으로 하루 종일 이어진다.
이곳에는 안산시의 노인들뿐만 아니라 인천, 경기 수원시와 분당신도시 등지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온 노인들도 적지 않다. 현재 회원은 모두 178명. 그동안 이곳에서 컴퓨터 교육을 받고 나간 사람은 3500명이 넘는다.
○ “마음속에 품고 있던 꿈 현실화”
은빛둥지가 노인들 사이에 화제가 되는 것은 ‘그동안 마음속에만 품고 있었던 예술과 취미활동에 대한 꿈을 실현시켜 준다’는 점. 젊었을 때부터 막연히 생각만 하고 있었으나 생활에 쫓겨 엄두를 못 내다가 은퇴 후에는 한때의 기억으로 사그라져 가던 작품 활동에 대한 꿈이 컴퓨터를 통해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 회원들에게 주 1회 스위시(컴퓨터 문자 애니메이션 제작 기법)를 자원봉사로 가르치고 있는 김금순(64·서울 성북구 정릉1동) 씨는 “컴퓨터는 배워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다양하기 때문에 자아 성취 욕구를 충족할 수 있고 손가락 10개를 다 쓰면서 적절한 두뇌 활동을 촉진하기 때문에 치매 예방에 아주 좋다”고 말했다. 간호사로 일하다 10년 전 은퇴한 뒤 컴퓨터를 익혀 온 김 씨는 성북구 길음복지관 등에서 자원봉사로 컴퓨터 강사를 하고 있다.
은빛둥지는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이 공모한 ‘노인창업 지원대상 사업’에 3개 프로그램이 선정돼 12월부터는 새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 중 ‘황혼의 길손’은 고객의 부모와 조부모의 일생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주는 사업. 이곳 회원 노인들이 스틸사진과 동영상 내레이션 애니메이션 등을 혼합해 부모의 일생을 한 편의 작품으로 만들어 준다. 예상 가격은 150만 원 선으로 실비다.
○ ‘늦깎이 컴도사’ 원장, 경험 나눠
이 교육원 나영수(67) 원장이 은빛둥지를 만들게 된 이야기는 평범한 은퇴자가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자신을 계발하고 그 성과를 많은 은퇴자들에게 나누어 주고 있다는 점에서 감동적이다.
태국 등지에서 해외건설 알선업을 하다 외환위기 때 사업을 접고 귀국한 나 씨는 1998년 초 2년제의 산업기술 인력을 양성하는 안산공과대의 학장을 찾아갔다.
컴퓨터를 배우고 싶어 무료 청강을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그는 손자뻘 신입생들과 2년간 같이 제도프로그램, 웹마스터, 웹디자인, 포토샵 플래시 등을 공부했다. 학생들에 비해 학습 능력이 떨어지자 아예 주야간 강의를 이중으로 들었다. 도시락 두 개를 싸서 오전 7시에 등교한 뒤 오후 9시까지 학교에서 컴퓨터 공부를 한 것이다. 그는 동급생들이 졸업한 뒤에도 혼자 남아 1년을 더 공부했다.
2001년 자신이 살고 있는 상록구 본오동 사무소에 들렀다가 동사무소에 마련된 8대의 주민 교육용 컴퓨터 앞에서 쩔쩔 매고 있는 노인들에게 컴퓨터의 기본기를 가르친 것이 은빛둥지의 모태가 됐다.
나 씨는 은빛둥지에서 매일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그는 “컴퓨터 배우기와 작품 만들기 등을 통해서 노인들이 생활의 활기를 찾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더없이 즐겁다”며 “그런 의미에서 봉사가 아니라 그들에게서 도리어 큰 보상을 받는 셈”이라고 말했다.
은빛둥지는 비영리 노인 컴퓨터 배움터로 서울 부산 광주 등 다른 지역으로 그 조직을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외국과도 교류해 ‘세계 정보기술(IT) 시니어연맹’을 만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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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정보는 보건복지부 사이트로
컴퓨터에 왕초보인 사람들이 노후 생활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으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보건복지부가 구축한 국가복지정보포털(www.e-welfare.go.kr)에 접속하는 것이 정답이다.
이 포털은 다양한 복지 관련 정보를 한곳에 모아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홈페이지에 접속해 노인 사이트에 들어가면 ‘건강생활 유지하기’ ‘일자리 알아보기’ ‘여가생활과 교육받기’ ‘일상생활 도움받기’ ‘노인시설 이용하기’ 등의 메뉴가 나타난다.
‘노인시설 이용하기’를 클릭하면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각종 복지시설 명단이 나타난다. 또 포털 홈페이지의 ‘참여광장’에 있는 ‘묻고 답하기’ 코너에서 건강 상속 등 각종 문제를 질문하면 이 포털을 위탁 운영하고 있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복지정보센터 직원들이 전문가에게 물어 대답해 준다.
복지정보센터 총괄기획팀장 박은범 연구원은 “이 사이트는 정보에 어둡거나 인터넷상의 정보 활용 능력이 떨어지는 대다수 노인들에게 효율적인 정보 지도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이트를 몇 번 방문했다는 김동원(69·서울 강북구 번1동) 씨는 “각종 정보를 찾기 쉽게 만든 점은 좋으나 너무 딱딱하고 재미가 없다”며 “노래방, 채팅, 교제광장, 사진과 글 올리기 등 노인들이 참여하고 들어와 놀 수 있는 코너들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인들의 참여가 비교적 보장된 사이트로 한국정보문화진흥원(www.kado.or.kr)의 ‘도움나라’ 코너가 있다. 이곳에도 다양한 정보가 있고 참여가 보장되지만 역시 딱딱한 느낌이 없지 않다는 것이 이용자들의 의견이다.
민간이 운영하는 노인 관련 사이트 중 가장 회원이 많고 참여도가 높은 곳이 실버넷(www.silvernet.ne.kr)이다. 노인 대상 인터넷 교육과 PC 사용법 그리고 각종 생활뉴스를 전하는 곳으로 취미를 공유하는 커뮤니티가 잘되어 있다.
또 은빛둥지의 홈페이지(www.4u2.co.kr)에도 컴퓨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커뮤니티와 기능이 있어 편리하고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