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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스웨덴 배우자” 목청 높이더니 “그게 아니고” 딴소리

입력 | 2006-09-20 03:00:00


《스웨덴 총선에서 복지를 중시하는 집권 좌파연합이 온건 개혁을 내세운 우파연합에 패하자 기회 있을 때마다 “스웨덴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던 한국 정부의 태도가 달라졌다. 복지정책의 시금석으로 여겼던 스웨덴 복지모델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자 19일부터 일제히 “우리의 복지모델은 스웨덴형이 아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 얼마 전과는 판이한 모습이다.》

○ “스웨덴 모델 추구 않는다”

스웨덴 총선 결과가 나온 뒤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잇달아 스웨덴과의 ‘거리 두기’에 나섰다.

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은 19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비전 2030은 스웨덴의 ‘극단적인 복지모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장 장관은 “정부는 스웨덴처럼 국민 부담이 큰 ‘고(高)부담, 고복지’ 대신 한국형 복지모델을 찾으려 하고 있다”며 “권오규 경제부총리의 스웨덴 복지모델관(觀)도 비전 2030과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병원 재정경제부 제1차관도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언론이 ‘권 부총리가 한국의 복지모델을 스웨덴식으로 하자’고 했다고 보도한다면 오보”라며 “한국은 스웨덴 복지모델을 베끼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 7월 각 언론은 권 부총리의 스웨덴 복지모델관을 집중 보도했지만 재경부는 한번도 이의를 제기한 바 없다.

청와대도 이날 ‘(스웨덴의) 우파 정부가 주장하는 복지 수준의 절반이라도 하자’는 제목의 국정브리핑에서 한국과 스웨덴의 복지 현실을 각각 영양실조와 과체중 상태에 비유하며 “수십 년간 복지정책을 편 스웨덴과 저복지에 시달리는 한국이 같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정부의 입장 변화는 복지부문 강화를 핵심으로 한 비전 2030과 내년 예산안 확정 등 굵직한 현안을 앞두고 ‘왜 실패한 모델을 따라 하느냐’는 비판의 표적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 총선 전엔 스웨덴 복지 칭찬 일색

주요 국정 어젠다를 자주 해외에서 찾아 온 노무현 대통령은 2004년 3월 예란 페르손 스웨덴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한국 사람은 모두 스웨덴에 대해 부러워하고 배우려는 훌륭한 나라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혀 스웨덴형 복지모델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또 권 부총리는 지난해 12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 대사 시절 작성한 ‘스웨덴 복지국가 모델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스웨덴을 배워야 한다. 큰 정부를 유지하면서 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대(對)국민 서비스를 확대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노 대통령은 공무원들에게 “이 보고서를 읽어 보라”고 권하기도 했다.

그러자 주스웨덴 한국대사관은 올해 2월 청와대에 제출한 ‘스웨덴 복지모델의 성공 요인’ 보고서에서 구체적인 벤치마킹 전략을 제시했다.

이 보고서는 “스웨덴은 경제성장과 사회적 평등을 동시에 달성한 성공적 사례”라며 △미래지향적이고 적극적인 복지이념 개발 △갈등 해소와 합의 도출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복지정책에 대한 폭넓은 지지 획득 노력 등이 필요하다고 적시했다.

이 같은 정부의 복지철학은 지난달 발표된 ‘비전 2030’ 보고서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비전 2030 보고서는 “성장과 복지의 동반 성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며 “특히 복지 분야에서 정부 역할을 제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