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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제 아이돌이 아니야”…4년만에 2집낸 저스틴 팀버레이크

입력 | 2006-09-20 03:00:00

“이번 앨범에서 내 목소리를 기계로 찌그러뜨렸어요.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고 할까요. 난 항상 새로움을 주는 뮤지션이 되고 싶어요.” 신곡 ‘섹시백’으로 솔로 데뷔 4년 만에 정상을 차지한 저스틴 팀버레이크. 사진 제공 소니비엠지


《헐렁한 힙합 바지 대신 정장을 입고 턱수염 까칠한 아저씨가 된 그를 보니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 비누 냄새가 나지 않는 그에게 “이제 ‘아이돌 스타’가 아닌 것 같다”고 하자 못내 아쉬워한다. “정장은 이번 앨범의 콘셉트일 뿐인데… 사실 저라고 세월의 흐름을 막을 수 있나요. 나이 먹는 게 즐거운 일은 아니지만 어릴 적 깨닫지 못한 것들을 얻어서 좋아요.”》

1997년 5인조 남성그룹 엔싱크(N Sync)의 메인 보컬로 데뷔한 저스틴 팀버레이크(25). 데뷔 앨범과 2집을 각각 1000만 장 이상 팔았던 틴 팝 그룹 엔싱크의 보컬에서 ‘백인 마이클 잭슨’ 소리를 듣는 솔로 가수가 된 지 벌써 4년이다. 2002년 솔로 1집 ‘저스티파이드’에서 4곡의 히트곡이 나왔다. 작사 작곡을 도맡았던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그는 ‘아이돌 가수’ 딱지를 뗄 수 있었다. 그를 e메일 인터뷰했다.

“내심 기대했지만 진짜로 성공할 줄은 몰랐어요. 엔싱크 때 음악과 달라서 두려웠고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죠. 1집의 성공으로 전 자유를 얻었죠. 나이가 들고 후배가수들이 치고 올라와도 초월할 수 있는 담력이랄까요?”

초월을 해도 너무 초월한 듯하다. 4년 만에 발표한 2집 ‘퓨처 섹스/러브 사운즈’의 첫 싱글 ‘섹시백’은 두 음뿐인 반주, 기계로 찌그러뜨린 목소리, 촌스러울 정도로 단순한 리듬 등 귀에 감기는 맛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도박과도 같은 이 노래에 사람들은 서서히 ‘중독’됐고 급기야 디지털 싱글 발매 첫 주 25만 건의 MP3 다운로드 건수를 기록하며 9일자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했다.

“4년 전보다 제가 훨씬 더 멋지고 똑똑해진 거 아닌가요?(웃음) 사실 2집에 대한 압박은 견디기 어려워 과거에 집착하는 내 자신이 원망스러울 정도였죠.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 누구나 새로운 걸 습득하잖아요. 2집은 저의 ‘성장 보고서’라고 해두죠.”

12일 발매된 그의 2집은 흑인 프로듀서 팀발랜드와의 합작품으로 수록곡 12곡의 작사, 작곡, 편곡, 프로듀서 자리에 나란히 이름을 올려놓았다. 1980년대 뉴웨이브 사운드와 힙합을 섞은 첫 트랙 ‘퓨처 섹스/러브 사운즈’부터 신시사이저가 돋보이는 힙합곡 ‘마이 러브’, 펑키한 ‘러브스톤드’, 가야금 소리처럼 들리는 기타 소리가 특이한 ‘왓 고즈 어라운드’ 등에서 ‘복고’ 속 ‘진보’를 담고 싶었던 그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욕심쟁이 같다”고 하자 그는 “완벽주의자이긴 하지만 과정을 즐기는 사람”이라며 슬쩍 비켜간다.

“뻔한 대답일지 모르지만 항상 새로움을 주는 ‘트렌드 리더’가 되고 싶어요. 난 내 자신을 틀 안에 가두지 않으려 노력하는 사람이니까요.”

스물이 되기 전에 동료 4명을 데리고 정상을 맛봤던 그는 지금 홀로 정상에 남아 있다. 데이비드 보위나 프린스 같은 고전 음악을 들으며 새로움을 뽑아내려 하는 이 남자, 그러나 엔싱크의 재결합 등 사적인 얘기에는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오로지 “섹시백”만을 외치며 디스코텍의 미러볼을 발로 밟고 있다. 마치 “이제 난 아이돌이 아냐”라며 아우성치듯.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