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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삼열]한-중 역사갈등 유네스코 통해 풀자

입력 | 2006-09-20 03:00:00


중국의 동북공정과 백두산(중국명 창바이 산)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설 등을 둘러싸고 말들이 많다. 고대사 해석 문제가 영토 문제로까지 번져 중국과 갈등을 빚고 동북아의 불안을 초래하지 않을까도 우려된다.

실제로 이웃 국가들 간 역사인식 차이로 인한 갈등이 평화공존을 위협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중국과의 역사해석 문제도 정치적으로 이용되거나 양국 국민 사이의 감정 대립과 불신 확대로 이어지는 상황은 피해야 할 것이다.

이럴 때 역사인식과 역사교육 분야를 다루는 유일한 정부 간 국제기구인 유네스코가 역사분쟁 해결을 위해 제시한 원칙과 그간의 활동을 참고하는 것이 도움이 될 듯하다.

유네스코는 회원국들에 ‘폭넓은 교과서 교류, 그중에서도 특히 역사와 지리 교과서 교류’를 권장하고 있다. 서로 의견이 다르면 공동의 연구와 대화를 통해 교과서 등을 고칠 것도 요청하고 있다.

유네스코를 통한 국가 간 역사이해 노력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제2차 세계대전 후 독일과 폴란드 간의 역사 및 지리 교과서 공동 편찬 추진 사업을 꼽을 수 있다. 양국 정부는 두 나라의 유네스코국가위원회를 통해 1972년 ‘폴란드-독일 교과서위원회’를 설치했다. 이어 1976년에는 역사 및 지리교과서 공동편찬에 관한 권고안을 채택해 양국 교과서에 실린 상대방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다. 독일과 프랑스 사이에도 비슷한 교과서 개정 노력이 있었다.

중국이 백두산을 세계유산에 올려 국경을 고착화하려 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하지만 내년 2월 1일까지 신청서를 제출해 2008년에 세계문화유산에 올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세계유산 신청을 위해서는 ‘뛰어난 보편적 가치’의 과학적인 증명, 종합적인 관리 계획 수립, 신청 대상지에 대한 정비 등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통상 자연유산은 5∼10년의 준비기간이 걸린다. 또 일종의 유산 후보지 목록인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올라 있는 곳만 신청이 가능하다. 그런데 중국의 잠정목록 58건에 백두산은 올라 있지 않다. 게다가 한 국가가 한 해 2건만 신청할 수 있다. 문화유산과 달리 객관적인 비교가 가능한 자연유산은 신청 준비가 까다롭고 등재 자체도 어렵다. 더욱이 올해 신규 등재된 세계유산 18건 중 자연유산은 2건뿐이었다.

다만 중국 내 ‘창바이 산’과 북한의 백두산을 한데 묶어 ‘접경유산’으로 신청하면 등재 가능성은 높아질 수 있다. 영토상으로는 나뉘어 있지만 생태지리학적으로는 하나의 산이어서 전체 산을 대상으로 신청하면 등재 기준을 만족시킬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유네스코도 국가 간 평화 및 협력 증진 등 여러 이점 때문에 접경유산의 공동 신청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현재 등재된 세계자연유산 162건 중 접경유산은 캐나다-미국의 워터턴빙하국제평화공원(1995년) 등 9건이 있다.

더욱 긴밀히 통합하고 있는 유럽과 달리 동북아는 과거 역사와 영토 문제 때문에 자꾸 뒷걸음질만 치고 있어 염려스럽다. 백두산 갈등은 고구려와 발해 역사, 독도 문제와 함께 동북아의 평화를 저해하는 큰 위협요소가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도 유네스코라는 국제적 대화와 협력의 장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삼열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