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이비인후과 전문의가 코질환을 앓고 있는 남자 어린이를 치료하고 있다. 가을에는 많은 어린이들이 꽃가루 등으로 알레르기 비염에 시달린다. 사진 제공 하나이비인후과
에어컨과 라디에이터, 가습기를 하나로 합친 가전제품은 지구상에 없다. 하지만 인간에겐 있다. 코다.
코는 더운 공기가 들어오면 차게 하고, 찬 공기는 데우고, 건조한 공기는 습하게 만들어 준다. 또 몸에 좋지 않은 이물질이 들어오면 재채기를 통해 밖으로 내보낸다. 재채기에 견딘 이물질은 코딱지나 콧물로 배출한다. 코는 몸에 안 좋은 공기와 이물질을 걸러 내 기관지와 폐를 보호하는 파수꾼이다.
1995년 3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문을 연 하나이비인후과는 이 ‘파수꾼’에 생긴 병을 치료하는 전문병원. 특히 축농증 등의 수술에선 대학병원을 능가하는 경험과 전문성을 자랑한다.
이비인후과 전문의 8명과 마취과 전문의 1명이 축농증, 알레르기비염, 코막힘, 코골이, 편도-아데노이드 등 6개 전문클리닉에서 하루 평균 350명의 환자를 돌본다.
○최초-최다-최고 기록
이 병원은 11년 전 개원가에서는 처음으로 축농증(부비동염) 내시경 수술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2만여 건을 수술했다. 웬만한 대학병원의 두 배가 넘는 수술 건수로 국내 최다 기록. 결과도 성공률 9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내시경 수술 도입 이전 70∼80%였던 재발률을 10%로 줄인 것이다.
내시경 수술은 축농증 환자들에게 여러 면에서 혁명이었다. 콧속을 국소마취한 뒤 내시경을 넣어 축농증의 원인을 제거해 통증과 출혈을 최소화했다. 수술시간도 30∼4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과거에는 두 시간에 걸쳐 윗잇몸을 칼로 째고 광대뼈를 노출시킨 뒤 망치와 정으로 구멍을 뚫어 고름을 제거했다. 그만큼 고통과 부작용이 심했다. 입원기간도 2주나 됐다.
2000년에는 국내 최초로 ‘코블레이터’를 도입했다. 코블레이터란 부어 있는 점막 내로 가느다란 바늘을 넣어 저온의 고주파를 발생시키는 수술 기계. 점막 내 단백질 성분을 분해해 부어오른 점막을 가라앉혀 부피를 줄어들게 한다.
기존 수술에 비해 열 발생이 적어 조직을 덜 손상시키고 출혈과 통증도 덜하다. 수술 후 치료기간도 짧아졌다. 코 점막이 부어 콧속 통로가 좁아진 비후성 비염, 알레르기 비염, 편도 및 아데노이드 절제술, 코골이 수술 등에 쓰인다.
올 3월에는 이비인후과 병원 네트워크인 ‘하나닥터스넷’을 출범시켰다. 서울 본원을 포함해 대전 광주 강릉 창원 등 전국 14개 병원이 네트워크를 이뤘다.
하나닥터스넷은 성형외과 피부과 치과 한의원 등 비보험 진료가 많은 기존 네트워크 병원과 달리 보험 진료가 많다.
이상덕 원장은 “코질환 관련 각종 노하우를 공유해 전국 환자들에게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하기 위해 네트워크 병원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수술 당일 퇴원’ 시스템 큰 효과
코 수술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7년 전부터 매년 11월 가톨릭대 의대 해부학교실의 도움을 받아 시체 해부 실습을 해 왔다.
진료 시스템도 환자 중심으로 바꿨다. 환자에게 첨단영상장치로 코, 목, 귀속을 다 보여 주면서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고칠 것인지를 충분히 설명한다. 환자는 동영상과 정지화면을 통해 자신의 병을 알고 치료를 받는다.
원스톱 서비스도 이 병원만의 장점. 대학병원에 가면 X선 촬영을 하고, 축농증이 의심되면 약 일주일 뒤 컴퓨터단층(CT)촬영을 한다. 그리고 일주일 뒤 결과를 통보받고, 다시 일주일 뒤 수술 날짜를 잡는다. 치료를 위해 거의 한 달 동안 서너차례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하나이비인후과는 외래 접수에서 수술 결정까지 반나절이면 끝난다.
수술 당일 퇴원 시스템도 특이하다. 수술 전날 오후 5시경 입원해 푹 자고 다음 날 오전 7시경 수술을 받은 뒤 당일 오후 2시경 퇴원하는 시스템이다. 과거에는 수술을 받기 위해 오전 6시 반에 병원에 도착해야 했다. 이 원장은 “환자가 불안감에 잠을 설쳐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수술 중 혈압이 올라가고 출혈이 많아 수술 결과도 좋지 않다”면서 “수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베스트 클리닉 선정 이유
○ 1995년 축농증 내시경 수술 개원가 첫 도입
○ 국내 최다 축농증 내시경 수술 (2만 여건)
○ 축농증 수술 성공률(90%) 세계 최고 수준
○ 2000년 국내 최초 코블레이터 시술 도입
○ 14개 이비인후과 병의원 네트워크 출범
○ 수술 당일 퇴원시스템 및 원스톱 서비스 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