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대목'을 노리는 영화계의 전쟁이 시작됐다. 징검다리 연휴까지 최대 열흘로 휴일이 길고 한국 영화 화제작이 몰려 있어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다.
작년 추석이 4일 연휴였는데 주중 45만 명, 주말 90만에 연휴 마지막 날 120만이 든 것을 감안해 화제작의 개봉일인 28일부터 따지면 이번에는 최소 800만 명에서 1000만 명 사이가 될 전망. 추석 전후까지 해서 1500만의 시장이 생긴다는 계산이다. 보통 한 편씩 보던 사람들이 두 세편씩 볼 가능성도 높다.
배급사 쇼박사의 김태성 부장은 "상위 두 편 정도는 500만 대박이 가능하며 상위 세 편이 75% 이상의 점유율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흥행 빅 3 예상작은 '가문의 부활'과 '라디오 스타' '타짜'. 21일 개봉하는 추석 코미디의 대명사 '가문의 부활'은 언론과 평단의 썰렁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흥행에는 무리가 없을 전망. 500개의 스크린으로 물량 공세를 편다. 편하게 웃을 수 있지만 섹스와 성기에 대한 개그가 가족이 함께 보기엔 민망할 수도 있다는 게 단점.
28일에는 이에 '라디오 스타'와 '타짜'가 가세한다. '라디오 스타'는 시사회에서 3만 명 이상이 봤고 입소문을 타고 있다. 감동에 웃음도 있고 10대나 40대 이후 관객도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다. 스크린 수는 350개 정도. 스타 감독에 호화 출연진의 '타짜'는 완성도가 높은데다 남성 관객의 절대적 지지가 예상된다. 그러나 18세 이상 관람가에 긴 러닝타임(140분)이 마이너스 요소. 400개 이상 스크린을 가져간다.
영화평론가 심영섭 씨는 "빅3 중 '타짜'는 재미 면에서 으뜸이지만 너무 매끈하게 할리우드적으로 만들어 한국 관객과의 소통이 부족하고 '라디오 스타'는 추석에 가장 잘 어울리는 휴머니즘이지만 확 잡아끄는 맛이 없고 '가문의 부활'은 식상하지만 이미 확실한 브랜드 파워를 가진 영화"라고 평가했다.
또 14일 개봉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19일까지 143만 명을 동원했고 개봉 2주차인데도 20일 현재 예매 사이트 중 맥스무비에서만 '가문의 부활'에 1위를 내줬고 인터파크나 티켓링크에서는 1위를 고수하고 있다. 520개 스크린에서 시작해 추석 때쯤은 250개 전후로 조정되지만 흥행 세는 이어질 듯.
이밖에 '잘살아보세'는 웃음에 사회풍자를 섞었고 '최강 코미디 커플'이라는 이범수 김정은의 이름값에 기대를 걸고 있다. '무도리'와 '구미호 가족'도 독특한 코미디 영화.
외화는 한국 영화에 가려져 10% 미만의 점유율이 예상된다. 21일 개봉하는 '야연'이 중국 영화 팬들을 어느 정도 모을 것으로 예상되며 한 때 '추석의 남자'였던 청룽(成龍)의 'BB 프로젝트', 자녀와 함께 볼 만한 애니메이션 '앤트 불리'가 있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