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성당에서 가장 예쁜 사람은 세례명이 모데스타인 올해 96세 할머니다. 100세가 다 된 연세에 건강도 좋지 않으신 할머니를 가장 예쁘다고 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집에 찾아가 기도를 드리기 시작하면 할머니는 옛말로 된 아주 오래된 기도문, 아마 당신이 젊어서 암송했을 기도문을 혼자서 줄줄 외우기 시작하신다. 요즘 기도문과 많이 다르지만 그 기도를 외워 끝까지 바치는 모습을 보면 참 신기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할머니의 기도가 다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 다음 기도를 바치지만 머릿속에 옛 기도문을 그대로 간직한 할머니가 예쁘기만 하다.
두 번째 이유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두 단어를 쉼 없이 반복하시기 때문이다. 집에 찾아온 사람에게 일일이 인사하시고, 중간에 누구든 눈이 마주치면 고개를 숙이시며 또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를 하신다.
역시 할아버지인 아들과 단둘이 누추한 집에서 옹색하게 살고 있고, 쪼글쪼글해진 몸에 병밖에 남은 것이 없지만, 할머니에게는 감사하고 고마운 일밖에 없으신가 보다.
사실 우리들 누구나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살아간다. 내 돈 내고 택시를 타고 물건을 사면서도 고맙다고 인사한다. 틀림없이 대가를 치렀음에도 우리는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당연한 것임에도 감사하다고 인사할 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참 살맛이 난다. 그러나 서로 다투고 싸우는 모습에선 그 안에 고맙고 감사한 마음보다는 내가 당연히 받아야 할 몫을 먼저 주장하는 욕심이 있음을 본다. 개인이건 집단이건 감사의 마음 없이 다른 개인과 집단을 대하면서 우리 사회의 많은 갈등과 모순이 발생하는 것 같다.
증손자쯤 되는 젊은 신부에게 연방 고개를 숙이는 할머니의 인사에는 근 100년을 살아온 삶의 태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비록 육신은 힘들고, 삶은 고달프지만 할머니 마음은 이미 하늘나라에 가 계신 것을 느낀다.
그래서 ‘쭈그렁탱이 할망’ 모데스타 할머니가 내 눈엔 가장 예뻐 보인다.
김귀웅 제주교구 신창성당 주임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