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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강승필]‘도심 혼잡통행료’ 늦출 이유 없다

입력 | 2006-09-21 02:55:00


22일은 ‘차 없는 날 서울조직위원회’와 서울시 환경부 산업자원부가 공동 주최하는 ‘서울시 차 없는 날’이다.

전 세계 1500여 도시에서는 이날 환경 개선과 교통량 감축을 위해 승용차 이용 자제를 촉구하는 행사를 매년 개최한다. 그동안 시민단체 위주로 진행된 행사에 올해부터 정부가 참여한 이유는 자동차로 인한 대기 오염의 심각성을 더는 방치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서울 등 대도시 대기오염의 75∼80%는 자동차에서 비롯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동차로 인한 대기오염으로 미숙아 출산 위험이 27% 높아졌고, 어린이의 40%가 아토피 피부염, 32%가 알레르기성 비염, 24%가 천식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어린이들은 선진국 어린이들에 비해 기관지계통 질환이 3∼5배가 많다. 미세먼지 때문에 서울시에서만 매년 최대 2만여 명이 조기에 사망하며, 여기에 전국의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6000여 명을 합치면 편리한 자동차로 우리가 겪는 피해는 거의 재앙 수준이다. 자동차 사용으로 미세먼지 76%, 질산화물 69%, 일산화탄소 64%가 유발된다. 지구 온난화와 산성비의 주범인 오존은 이러한 물질에서 유발된 2차 오염물질이다.

서울시도 이를 개선하기 위해 그동안 청계천 복구, 버스중앙차로제 시행, 대중교통체계 개선, 환승 주차장 건설 등 승용차 이용을 줄이기 위한 막대한 투자를 해 왔지만 급속히 늘어나는 승용차로 한계점에 봉착해 있다. 새롭게 추진하는 경유차 매연저감장치 부착 제도도 대기오염 감소 효과가 의심되고, 승용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휘발유차로 인한 피해를 외면했다는 점에서 역시 한계점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기존 정책의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선진국 도시의 사례에서 검증되고 전문가와 시민단체가 꾸준히 제기한 대로 도심 진입 차량에 대한 혼잡통행료 부과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 영국 런던의 경우 도심 진입 차량에 5파운드(약 9000원)를 부과하는 도심혼잡통행료 제도를 도입한 뒤 오염물질 배출 30% 감소, 교통혼잡 30% 개선, 교통사고 최대 70% 개선의 효과를 거뒀다.

싱가포르와 스웨덴의 스톡홀름 등 세계적으로 많은 도시가 이 정책을 도입했다. 수많은 연구 결과와 해외 사례에서 볼 때 도심혼잡통행료 제도의 과감한 도입은 우리 대기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막대한 교통 혼잡 비용을 줄이고 도시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주저하고 시간을 허비할 여유가 없다. 제도의 검토부터 완전 시행까지 3년여의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할 때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다시 4년을 기다려야 한다.

강승필 서울대 교수·대중교통포럼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