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은 유럽에서 가장 잘나가는 나라이다. 지난 5년간 경제성장률이 다른 유럽연합(EU) 국가의 2배에 이른다. 지난해 EU 국가들의 평균 성장률은 2.2%였으나 스페인은 3.4%를 기록했다. 경제 규모는 세계 8위로 치솟았다. 콜럼버스를 후원해 신대륙을 발견했던 15, 16세기 스페인제국의 영화를 다시 꿈꾸는 중이다.
▷스페인은 아시아 국가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무척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 중국 일본이 주요 대상국이다. 한국과의 교류에도 적극적이어서 내년에는 서울에 ‘세르반테스 문화원’도 개원할 계획이다. 19, 20일 제주에서 열린 제3차 한-스페인 포럼도 그 일환이다. 스페인 측이 먼저 제의해 시작된 행사다. 1년에 한 번씩 두 나라 인사들이 모여 교류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 이번 포럼에는 스페인 카탈루냐 주 총리를 지낸 호르디 푸홀 씨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스페인 정계의 실력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1960년대만 해도 한국이 이렇게 발전할 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경제학자들이 미래 예측에 실패한 대표적 사례가 한국이라는 것이다. 이런 실수가 발생한 것은 한국의 몇 가지 특성을 간과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인이 교육에 열의가 있고, 자신에게는 엄격한 규범을 적용하고 있으며, 공격적 성향을 지니고 있음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쓴소리도 빼놓지 않았다. 외국인의 눈에 한국은 폐쇄적인 국가, 보호무역주의가 강한 나라로 비친다는 것이다.
▷그는 “외부와 담을 쌓고 있으면 당장은 편할지 모른다. 그러나 세계화 시대에 자꾸 뒤처지게 되고 결국은 경쟁에서 밀려날 것”이라고 충고했다. 세계적인 품질을 자랑하는 스페인 오렌지를 한국에 수출하려는 협상이 10년째 지지부진한 것을 예로 들었다. 스페인이 한국에 우호적인 것은 구매력이 높은 아시아 국가들의 시장을 노리는 계산도 깔려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긴 잠에서 막 깨어나기 시작한 스페인이 한국에 던지는 ‘진심 어린 조언’으로 받아들여도 좋을 듯싶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