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료 인상에 대해 국민 대부분이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인 녹색소비자연대가 최근 서울에 거주하는 20대 이상 남녀 108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2.6%가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낮추는 한이 있더라도 보험료 인상은 안 된다”고 응답했다. 반면 “보험료를 더 내더라도 보장성을 확대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은 16.8%에 불과했다.
녹색소비자연대에 따르면 많은 시민이 보장성 강화 자체에는 동의하고 있지만 보험료 인상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것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내비쳤다.
녹색소비자연대 조윤미 상임위원은 “시민들은 건강보험의 재정 악화가 보장성 강화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는 불필요한 분야에 건보 재정이 지출되는 등 방만한 운영이 더 큰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건보료를 인상한다 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라는 여론이 크다”고 전했다.
현재 보험료 수준에 대한 질문에서 “적당하다”고 답한 시민은 18.2%에 불과했다. 보험료가 많아 부담이 된다는 의견은 44.4%였으며, 심하게 부담스러울 정도로 많다는 의견도 25.7%나 됐다. 보험료가 적어 인상해도 된다는 의견은 10.1%에 불과했다.
전체 응답자의 70.1%가 건보료 수준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건보료 인상만으로 건보 위기를 해결하려 한다면 큰 반발에 부닥칠 가능성이 높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문옥륜 교수는 “정부와 건강보험공단이 먼저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철저한 감사와 투명한 운영을 통해 국민에게 신뢰를 줘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 무작정 건보료부터 인상한다면 국민을 설득할 수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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