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 월급 콩알만 하네/사북초교 64명 시· 임길택 엮음·김환영 그림/160쪽·8500원·보리(초등 전 학년)
동화작가이자 시인이었던 임길택 씨는 1997년 작고했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그는 1976년부터 14년간 강원지역에서 가르친 아이들의 시를 여러 권의 문집으로 만들었는데 이번에 출판사에서 시를 추려내 두 권의 책으로 펴냈다. 탄광마을 아이들의 시는 ‘아버지 월급 콩알만 하네’에, 산골마을 아이들의 시는 ‘꼴찌도 상이 많아야 한다’에 모여 있다.
아이들의 시는 맑아서 삶이 고스란히 보인다. 탄광마을 아이들은 가난했다.
‘아버지 월급 콩알만 하네/아버지 월급 쓸 것도 없네.’(아버지 월급)
아이들에게도 가난은 치사하고 가슴 아픈 것이다.
‘나는 우리 옆집 아이와/가끔 싸운다…“우리 엄마한테 말해서/니네 식구 모두/쫓겨나게 할 거야”/하고 돌아가는 것이다/나는 얼른 뛰어가/그 말만은 하지 말라고/사과한다.’(셋방살이)
‘…우리 작은형 생일이었는데/알면서도 그냥 지나갔다/나는 잠자리를 펴고 잘라하니/그 생각이 나서/잠이 잘 안 왔다.’(우리 형 생일)
가족에 대한 사랑은 서툴지만 깊다.
‘어머니는 ‘이 연탄은 아버지가/캐신 거나 마찬가지니까/한 장도 깨뜨리지 말자’(연탄 받던 날)고 하시고 아버지가 공책검사를 한 뒤 매를 가지고 오라고 하면 ‘그럴 때 어머니는 작고 가는 매를/가지고 오신다/아버지께서 왜 이렇게 작고 가느냐 하시면/어머니는 굵은 나무가 없다고 하신다.’(어머니)
특히 어머니에게 뭘 사달라고 하면 들어주지 않지만 엄마가 없으면 그립다.
‘엄마/옷 사줘/엄마는/너 팔아서 사 줄까’(옷장수)하지만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한식아 이리와. 뭐 줄게/해 놓고 /가면 안 주고/나를 꼭 붙들어놓고 달랜다.’(엄마의 거짓말)
산골마을 아이들도 탄광마을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시험은 싫고 동생과 다투는 것은 매일반이다.
‘나는 1학년에서 지금까지/우등상을 한번도 못 탔다…시험지는 왜 만드는지/그것이 궁금하다/나는 시험지만 보면은/여러 조각을 만들어서 태우고 싶다.’(마음)
‘학교 갔다 오면/학용품을 잃어버리고 저녁때 공부를 알려주면/아침이면 잊어버린다/그래서 병신이라고 하니/삐져 가지고 건넛방으로 갔다.’(내동생)
수줍음도 많이 탄다. ‘선생님께서/노래할 사람 하면/누가 나가나/모두 눈치만 본다/그러다가/아무 사람도 안 나가면/선생님께서 시킬까봐/고개를 숙이고 있다가/누가 나가면/좋다고/박수를 친다.’(나가서 노래하기)
도회지 아이들보다 교과서에 나와 있는 ‘신기한 이야기’들을 배우는 데는 더딜지라도 맑은 마음을 가진 아이들의 시를 보며 교사는 조금씩 아이들을 사랑하게 되었고 비로소 그 아이들 편에 서게 된다.
‘덩더꿍 체조를 하는데/상진이가 얼마나 우습게 하는지/아이들이 웃었다…선생님이 열심히 하면서 못하는 것은/괜찮다고 하였다.’(덩더꿍 체조)
‘순희가 1등이다/그런데 꼴찌한 사람을 더 많이 주었다/선생님은 꼴찌하는 사람도/상이 많아야 한다고 하였다.’(소풍)
가난하고 공부도 못하고 다른 아이들에게 따돌림 당하는 아이들을 더욱 따뜻하게 품어 안았던 교사의 모습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교사는 교단일기 ‘나는 우는 것들을 사랑합니다’에서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형편없는 글씨로 아이들은 날마다 나를 가르치고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에게 아이들은 선생님이고 시였다.김진경 기자 kjk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