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동안 갇혀 있다가 풀려난 가엾은 소녀인가, 18세라는 나이에 걸맞지 않은 영악한 소녀인가.
1998년 3월 납치돼 오스트리아 빈 교외의 지하실에 8년 동안 갇혀 지내다 지난달 23일 극적으로 탈출한 나타샤 캄푸시(18) 양을 둘러싼 여론이 동정심에서 놀라움으로 바뀌고 있다.
외부세계와 단절돼 살아왔고 세상 물정에 어두울 것이라는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자신의 고통스러운 과거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당돌함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8년 동안의 납치 생활의 실상도 당초 진술과 다르다는 증언까지 잇따르고 있다.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24일 “캄푸시 양이 새로운 PR 매니저를 고용하기 위해 6명의 후보를 놓고 인터뷰까지 했다”고 보도했다. 새 매니저는 자서전 출판과 ‘나타샤 이야기’의 영화화 작업, 그녀의 이미지 관리를 맡을 예정이다. 이미 영화화는 상당히 구체적으로 진행돼 스칼렛 조핸슨이 주연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캄푸시 양은 구체적인 감금 생활을 밝히지 않고 있다. 언론과의 첫 인터뷰도 치밀하게 기획된 냄새가 난다는 평이다. 감금 생활이 너무 상세히 알려지면 책이나 영화에 쏠리는 호기심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서라는 것.
자신의 사진과 방송 영상에 저작권을 갖고 있는 캄푸시 양은 언론법을 공부하고 있으며 언론 보도도 직접 챙기고 있다.
캄푸시 양의 아버지는 “내 딸은 25세 학자 같다”고 자랑스러워했다. 하지만 현지 언론은 ‘캄푸시 주식회사’로 부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그녀가 납치범 볼프강 프리클로필과 함께 스키도 타고 쇼핑과 산책을 했다는 새로운 증언이 나오고 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