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구 또 이렇게 해 놨네, 배웠다는 것들이 더하네 더해.” 학교 화장실에서 우연히 듣게 된 아주머니의 혼잣말이었다. 손을 씻다가 돌아서니 담배꽁초로 뿌옇게 된 변기와 역겨울 정도로 더러운 가래침이 묻어 있는 바닥이 보였다. 가까이 가는 것도 꺼려지는데 청소하는 분의 심정은 오죽했을지….
학교의 모든 화장실은 금연구역이라 어김없이 경고문이 붙어 있다. 새로 지은 도서관 화장실의 칸막이에는 실내에서 흡연하다 적발되면 도서관 출입을 제한한다는 문구까지 등장했다. 경고문의 한 귀퉁이를 담뱃불로 지져 놓은 걸로 보니 실내 흡연을 즐기는 사람에겐 우습게 느껴지나 보다. 청소하는 분이 무심코 하신 말 한마디에 가시가 담겨 있었다.
대학 인터넷 게시판에 대학생의 추태, 예를 들어 ‘열람실 통화녀와 하이힐 또각녀’, ‘강의실 진동괴담’ 이야기가 종종 올라온다. 젊은이의 문제지만 혀를 끌끌 차게 만드는 사건에는 세대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최근 신문에서 미담과 만화와 광고를 빼고 나머지 사건기사에 등장하는 사람의 프로필을 정리하면 어떻게 될까? 이른바 ‘가방 끈이 긴’ 고학력자가 70∼80%는 될 것 같다.
공부를 많이 했다거나 경쟁률과 난도가 높은 시험을 통과했다는 사실이 사람의 도덕성을 보장해 줄 수 없다. 윤리 시험점수가 높은 학생이 낮은 학생보다 더 윤리적이라고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논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배운 사람이나 고위층에게 더 높은 수준의 윤리의식을 기대한다. 공부를 많이 하고 사회적 성공을 이루는 데 많은 인내가 필요하고 유혹에 초연해야 한다는 점을 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초심’을 잃은 데 대한 실망과 탄식이 아닐까.
고교 시절 선생님께서 “나에게 기대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던 일이 기억난다. 누군가에 대한 믿음, 기대, 예측이 그대로 실현되는 일을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한다. 긍정적인 기대를 하고 믿으면 실제로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결실의 계절이다. 올해 첫 일출을 바라보며 했던 다짐을 되새기면서 서로가 기분 좋은 일을 기대하면 더 좋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이현민 고려대 전파통신공학과 3년·본보 대학생 명예기자